홍콩에서 300만원짜리 샴페인을 3만원에 마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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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300만원짜리 샴페인을 3만원에 마신 방법

에스콰이어 2025-11-26 00:00:00 신고

미쉐린 스타 셰프가 만든 음식, 엄선된 와인 리스트,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공연과 함께라면 부러울 것이 없다.

미쉐린 스타 셰프가 만든 음식, 엄선된 와인 리스트,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공연과 함께라면 부러울 것이 없다.

그 광경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 바다 옆에 여의도 한강공원처럼 넓게 펼쳐진 부지에 수백 개의 부스가 세워져 있었고, 셀 수 없는 사람이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안주를 들고 서성이며 행복에 겨운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마치 세계 행복의 총량을 원기옥처럼 모은 듯한 모습, 바로 그 장면이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의 첫인상이다. 지난 10월 23일부터 나흘간 홍콩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린 2025 와인&다인 페스티벌에는 30여 개의 나라에서 참여한 약 300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약 16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여흥을 즐겼다. 대략 부스의 70%는 술이었고, 나머지 30%는 음식.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즐기는 법도 간단했다. 입장할 때 구매한 토큰을 이용해 부스를 돌아다니며 술과 음식을 구매하는 식이다. 토큰 1개의 가격은 프로모션과 패키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500원 선이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위스키가 들어간 젤라토는 2토큰, 32개월 숙성한 이베리코 햄은 4토큰으로 구매 가능하다.

세계 와인의 천국인 홍콩이기에 가능한 축제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축제는 그 역사가 꽤 깊다. 2008년 홍콩 정부가 30도 이하 주류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홍콩 내에서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이에 부응하듯 2009년 첫 와인&다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별도의 티켓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BEA 그랜드 와인 파빌리온’이었다. 이곳이 붐비는 원인은 간단하다. 엄청난 술들을 마셔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 ‘살롱 S 블랑 드 블랑 2013’이나 위스키 ‘글렌파클라스 1988 패밀리 캐스크 윈터 2018’ 그리고 1855년 그랑 크뤼 클라세의 와인 등 병으로 마시려면 100만원은 우습게 넘는 술들의 한 잔 가격이 고작 6~10토큰이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큐레이션한 중국 와인 리스트 역시 그랜드 와인 파빌리온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취기가 가볍게 올랐다면 파빌리온 옆에 위치한 ‘호텔 딜리셔스’와 ‘고메 애비뉴’ 차례다. 호텔 딜리셔스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메리어트와 하얏트 계열이다. 각 계열에 속한 호텔에서 저마다의 시그너처 메뉴를 준비해 방문객에게 선보이는 구성이다. 야키토리, 미니 햄버거 등 와인에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메뉴 위주다. “홍콩은 미식의 도시입니다. 호텔을 고를 때 훌륭한 레스토랑의 유무는 무척 중요하죠.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저희 호텔들의 미식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리고 싶어요.” 그랜드 하얏트 홍콩 마케팅 총괄의 말이다.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고메 애비뉴는 한술 더 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을 한데 불러 모아놓았다. 광둥식 다이닝으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포럼’을 시작으로 2스타의 아보르, 1스타의 크리스탈 룸과 아미가 고메 애비뉴에 부스를 차렸다. 관계자와 미디어만 참여한 프리 오픈 기간에도 포럼의 부스 앞에는 포럼에 ‘전복의 왕’이라는 명성을 안겨준 전복찜(6토큰)을 맛보기 위해 늘어선 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식적으로 축제는 저녁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됐으나 고메 애비뉴의 부스 대부분은 높은 인기 탓에 10시를 넘기지 못하고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

나흘간 약 16만 명이 왔다 간 와인&다인 페스티벌은 내년 10월에 돌아온다.

나흘간 약 16만 명이 왔다 간 와인&다인 페스티벌은 내년 10월에 돌아온다.

미쉐린이나 럭셔리 호텔들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홍콩 디즈니랜드도 부스를 냈다. “이 메뉴들은 오직 와인&다인 페스티벌에서만 맛볼 수 있어요. 여기서 반응이 좋은 메뉴만 정식으로 출시합니다. 방문객 입장에선 리미티드 디저트 에디션을 맛볼 수 있고, 저희 입장에선 생생한 고객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 좋죠.” 홍콩 디즈니랜드 F&B 총괄의 말이다. 〈곰돌이 푸〉의 티거와 피글렛를 본떠 만든 치킨 번, 미키마우스 모양의 타르트 등 여러 핑거푸드가 축제 내내 디즈니 팬들을 유혹했다.

“나흘 내내 여기 있고 싶네요.” 동료 에디터가 한 손에는 와인을, 다른 손엔 문어구이를 든 채 말했다. 페스티벌 한편에는 부스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하버뷰를 볼 수 있는 덱이 마련되어 있어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잔을 기울이기 좋다. 좀 더 북적이는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덱 반대편에 위치한 스테이지가 어울린다. 초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재즈, 힙합, 밴드 공연이 이어지며 끊임없이 흥을 돋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술, 음식, 음악 그리고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페스티벌의 슬로건이 ‘Remix-Best of all World’s’인 까닭이 이해가 된다.

차마 와인&다인 페스티벌에서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에디터들을 단박에 움직이게 한 한 마디는 “저희 이제 레오네로 갈게요”였다. 레오네는 2023년과 2024년 아시아 최고의 바로 꼽힌 후 올해엔 전 세계 최고의 바 타이틀까지 차지한 곳이다. 월드 베스트 바에 꼽힌 후로는 평일 오후 5시 오픈에 맞춰 줄을 서더라도 저녁 8시는 되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칵테일 메뉴는 네그로니를 비롯한 클래식 칵테일 3가지와 시즌 칵테일 7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취재에 함께한 7명이 전부 다른 칵테일을 시켰는데도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레오네의 메뉴 구성의 밸런스가 꽉 찬 육각형이라는 의미다. 레오네의 오너이자 바텐더인 로렌조는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바로 선정된 건 엄청난 영광일 뿐만 아니라 홍콩에 위치한 바 문화가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이번 기회로 보다 많은 사람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바텐더들이 모인 홍콩에 방문하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홍콩 센트럴 지역에는 크고 작은 바가 골목마다 가득하다. 중국 전통차를 베이스로 칵테일을 만드는 ‘텔 카멜라’나 레오네가 등장하기 전 3년 연속 아시아 1위 바에 올랐던 ‘COA’ 같은 곳들 말이다. 홍콩의 바 호핑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바마다 추구하는 주제가 분명하고 독특하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소시오’는 주변 카페, 식당, 술집에서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를 가져다가 칵테일에 활용하는 게 콘셉트다. “바를 차리기 전에 셰프로 일했는데,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그때부터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소시오의 공동 대표 아미르 자베이드의 말이다. 그는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베이크하우스’에서 남는 효모를 가져다 칵테일 주조에 활용한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약 4400만 명이었다. 750만 명이 거주하는 것에 비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2018년에는 6500만 명이 홍콩을 찾았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홍콩 메가 이벤트 쇼케이스 미디어 런천’에서 김윤호 홍콩관광청 한국 지사장이 “홍콩은 아시아의 이벤트 수도답게 2025년 한 해에만 200개가 넘는 메가 이벤트가 열리며, 스포츠, 예술, 엔터테인먼트, 미식까지 365일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아트바젤 홍콩과 글로벌 럭비대회 홍콩 세븐스 취재에 이어 반년 만에 다시 홍콩을 찾은 것만 보더라도 홍콩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도시인지 잘 보여준다.

바 '소시오'는 주변 가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지속 가능한 칵테일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 '소시오'는 주변 가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지속 가능한 칵테일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는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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