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클로즈업] ‘핵잠 논의’ 기대 높지만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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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의 클로즈업] ‘핵잠 논의’ 기대 높지만 과제 산더미

경기일보 2025-11-25 19:04: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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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

한미 양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건조 추진에 뜻을 모았다는 발표는 국내 안보 논의를 단숨에 뜨겁게 달궜다. 전략자산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의 무게만큼이나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적 변수를 국제 전략 환경과 국내 여건을 모두 고려해 냉정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이나 우려의 극단이 아니라 기대와 현실을 동시에 견디는 전략적 시각이다.

 

첫째, 합의의 구체적 범위는 아직 불명확하다. ‘뜻을 모았다’는 표현이 원칙적 공감대인지, 정책적 승인인지, 기술·연료 이전에 대한 실질적 합의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문구의 작은 차이가 향후 협력 폭과 기술 이전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미국과 호주의 원잠 협상 사례(AUKUS)에서도 원칙적 합의에서 실제 기술 이전까지 수년이 걸린 바 있어 현재 단계에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둘째, 우라늄 농축·재처리(ENR) 문제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미국의 비확산 정책(NPT)과 관련 법령은 ENR 기술 이전에 극도로 신중하다. 정부가 협의 공간이 넓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기술 이전이나 단독 재처리 승인으로 직행하는 신호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발표는 단순히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출발 신호는 의미 있으나 목적지 좌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셋째, 핵잠 확보는 전략적 효용과 부담을 동시에 수반한다. 원자로 운용 인력 양성, 정비·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사능 대비 인프라, 예산 투입 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핵잠은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즉시 전력화라는 인식은 현실과 거리가 멀며 비유하면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도로·정비소·운전학교’를 동시에 만드는 일과 같다. 프랑스와 영국 사례에서 초기 인력 양성만 5~7년이 소요된 점도 참고할 만하다.

 

넷째, 미국 함정의 국내 건조 논의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자국 선박 건조 원칙(Jones Act)과 ‘군함 애국조항(Buy American)’ 유지 정책은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다. 한국 조선업의 역량을 고려해도 단기간 내 제도 장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단계는 어디까지나 논의 시작 수준으로 기술·인력·법적 절차 모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한미 간 경제·군사 교환의 균형과 비용 구조도 살펴야 한다. 관세 인하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대규모 무기 구매는 국방 예산 구조에 영향을 준다. 장기적 부담과 이익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국제 사례를 참고하면 호주 핵잠 프로그램의 총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 수준으로 평가되며 장기간 재정 부담 우려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 환경과 초당적 협력 구조가 중요하다. 외교·안보 의제가 정치 쟁점화될 경우 협상력과 정책 일관성 모두 흔들릴 수 있다. 핵잠 확보와 확장 억제 강화는 국가 전략 핵심축이므로 정치적 유불리보다 안정적 추진을 위한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

 

결국 이번 발표는 중요한 논의를 공식 테이블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발표만으로 안보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 협력, 인력 양성, 예산 마련, 국제정치 변화, 한미 간 조정 과정 등 실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분명 핵잠은 한반도 안보의 큰 축이 될 수 있으나 그 힘은 현실적 준비와 전략적 냉정 위에서만 발휘된다. 기대는 높되 과장은 경계하고 속도는 조절하며 방향은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 정치권, 산업계, 국민 모두가 이러한 균형 감각을 공유할 때 우리의 안보는 단단한 체계를 갖출 수 있다. 핵잠보다 중요한 것은 핵잠을 다룰 국가 시스템의 정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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