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44) 전 호안투자컨설팅 대표가 오늘(25일)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이라는 파격적 감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1심 판결인 징역 25년을 대폭 줄인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이승한 부장판사가 주도한 재판부는 라 전 대표에게 징역 8년과 함께 벌금 1465억여원, 추징금 1815억여원을 명령하며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즉각 법정 구속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번 선고로 라 전 대표의 형량은 1심보다 무려 17년이나 줄어든 것으로,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이 당초 징역 40년과 벌금 2조3590억원을 구형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판결입니다.
재판부가 이처럼 대폭적인 감형을 결정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승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던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회복이 어려운 손실을 안겼고, 범죄수익 은닉 행위를 통해 조세포탈까지 이어진 점에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사건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후 매도해 수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시세조종 사건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며 특이성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라덕연 역시 2024년 4월 24일 주가 폭락 당시 투자수익 전부를 잃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또한 "주가의 폭락을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야기한 것이 아니며, 폭락의 명확한 원인이나 이 사건으로 발생한 이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갔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건의 본질적 책임 소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판단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시세조종의 범위였습니다. 1심에서는 약 3만 건에 달하는 시세조종 행위를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이를 3분의 1 수준인 약 1만 건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시세조종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다수의 계좌가 실제로 라 전 대표 조직에 위임된 계좌인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CFD(차액결제거래) 계좌로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대상인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에 해당하지 않는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이유로 전부 무죄 처리했습니다.
라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변모씨와 안모씨도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나머지 공범들 역시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까지 다양한 형량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공범들 대부분이 지시를 기계적으로 수행한 종속적 역할이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일임 투자자들이 사기 피해를 주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러 투자자가 라 전 대표의 선처를 탄원했다는 점도 감형 사유로 언급했습니다. 또한 라 전 대표 조직원 대부분이 주가 폭락으로 수백억 원대 손실과 채무를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세조종 사건과 차별화된다고 봤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급락한 사태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개인투자자 약 7만여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 규모는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 전 대표 등은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사전에 설정하고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8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7300억여원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는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기고, 같은 금액을 차명계좌에 은닉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라 전 대표를 비롯한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며,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라 전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여원, 추징금 1944억여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라 전 대표는 이날 실형 선고와 함께 다시 법정 구속되면서 수감 생활을 재개하게 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과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금융범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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