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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정작 관광수지는 73억달러 적자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양적 성장이 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면세점 매출 급감과 크루즈 관광객 급증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K-콘텐츠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 늘었지만 1인당 지출 15% 감소
야놀자리서치가 25일 발표한 '2025년 1~9월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1408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으로, 2019년 같은 기간(1293만3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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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팬데믹 기간 회복이 가장 더뎠던 아시아 관광객이 2019년 수준을 회복했고, 아메리카 지역 관광객은 2019년 대비 43.9% 급증했다. 관광객 수만 놓고 보면 한국 관광산업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이 1010.4달러로 2019년(1193.1달러)보다 15.3% 감소했다. 전체 관광수입도 142억3000만달러로 2019년의 92.2% 수준에 머물렀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수입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면세점 매출 급감·크루즈 관광객 급증이 수익성 악화 주범
보고서는 관광수입 회복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면세점 매출 감소를 꼽았다.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이 814만3000명으로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2019년(1471만7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인당 면세점 지출액도 878.9달러에서 607.9달러로 30%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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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관광객 급증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크루즈 관광객은 2019년 14만5000명에서 올해 72만8000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체류 시간이 짧아 소비 규모가 작은 크루즈 관광객 비중이 늘면서 전체 1인당 관광수입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인 해외여행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1~9월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2165만7000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일본 방문객이 679만4000명으로 2019년 대비 37.7% 증가했고, 베트남도 323만8000명으로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
한국인 1인당 해외여행 지출액도 늘어나 전체 해외여행 지출 규모는 215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9년(218억6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인바운드 수입은 정체된 반면 아웃바운드 지출은 회복되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73억달러로 확대됐다. 2019년(64억3000만달러 적자)보다 오히려 악화된 수치다.
"K-콘텐츠 연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시급"
야놀자리서치는 외래객 증가가 수입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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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리서치 홍석원 수석연구원은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견고한 팬덤을 형성하며 방한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K-콘텐츠 팬층은 실제 관광수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큰 핵심 소비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 속 관광지에 대한 외국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관광 상품과 K-콘텐츠를 연계해 새로운 소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방영 이후 올해 3분기 외래관광객 수는 2019년 대비 17.0% 증가했다. K-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수 증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체류 기간 연장과 소비 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K-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 상품 개발과 프리미엄 관광 인프라 구축이 관광수지 개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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