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에이전시 구단 몰래 팬 소통앱 '스포디' 운영 논란… "협의 없었다" 구단들 반발

국내 최대 스포츠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구단과의 사전 협의 없이 팬 소통 플랫폼을 독자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며 야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선수 활동 기간 중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이번 플랫폼 운영이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25일 스포츠 언론 취재 결과에 따르면, 리코에이전시는 지난 8월부터 '스포디'라는 이름의 유료 팬 소통 앱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현행 규정상 11월 30일 이전까지 선수들의 모든 상업적 활동은 소속 구단과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데, 리코 측이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가동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한 구단은 "스포디가 리코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조차 이번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으며, 다른 구단 임원은 "시즌 중 선수 이미지를 활용한 상업 플랫폼을 구단 동의 없이 운영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즉각 임원진 보고를 올렸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현행 규정상 퍼블리시티권은 대리인에게 위임될 수 있으나, 그 범위는 광고나 게임 같은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됩니다. 그러나 상시 운영되는 유료 플랫폼 사업은 허용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선수협 또한 에이전시에 최대 2년간 퍼블리시티권 위임을 허용하지만 이는 개별 프로젝트 단위이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운영은 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구단들이 관리하는 선수의 유니폼, 등번호, 사진 등 모든 이미지 자산이 에이전시에 의해 무단으로 상업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구단의 공식 홍보 체계를 우회해 제3자가 구단 자산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구조"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즌 중 선수들이 팬 소통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게 되면서 경기 집중도와 휴식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스포디의 가격 정책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앱은 연예인 팬덤 앱 '버블'과 유사한 방식으로, 선수 한 명당 월 4,900원의 기본 이용료를 부과하며 생일 축하나 특별 메시지는 최대 2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팬들과 구단 양측 모두 "선수가 경기에 전념해야 할 시즌 중에 고액의 유료 메시지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는 통화에서 "엄연히 말하자면 리코와 운영 주체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대표자 명의만 제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아직 테스트 단계의 앱이며, 악플 대신 팬 응원만 할 수 있는 긍정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선수들의 경기 시간인 저녁에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구단 및 선수협과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 대표는 "구단 대신 선수협과 소통했다"고 말했으나, 이는 '협의'가 아닌 단순 '의논'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대표 역시 "의논만 나눴을 뿐이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사실상 협의 부재를 인정했습니다.

선수협 관계자는 "규약에 소통앱에 대한 구체적 조항은 없지만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에이전시와 구단 간 권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코에이전시는 2014년 이예랑 대표가 설립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김현수, 이정후, 박찬호를 비롯해 50명이 넘는 선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스포츠 에이전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골프, e스포츠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관리하며 업계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단들은 선수 자산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강력한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에이전시와 구단 간 협력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