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전격 합병이 공식화되면서, 그간 외부활동에 신중을 기했던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송 회장이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것은 합병 후 구축될 새로운 리더십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동시에 신설 법인의 청사진을 직접 대내외에 밝히면서 이번 합병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조용한 경영자' 깨고 공식 석상…시장에 리더십 각인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오는 27일 네이버 제2사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 합병 관련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을 비롯해 송 회장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옛 전자계산기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는데, 이번 빅딜이 성사되는데 양측의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기자회견을 통해 합병 이후 양사 경쟁력을 토대로 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은둔형 최고경영자(CEO)로 불릴만큼 외부 활동이나 언론 노출을 자제해 온 송 회장이 직접 모습을 나타내는 이례적인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송 회장은 대중 앞에 나서기보다 조용히 경영에 집중해왔다. 일부 외부 활동조차 기술 개발 등에 초점을 두고 이뤄졌으며, 공식적인 대외 활동이 필요한 경우에도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일례로 2023년 11월 열린 '업비트 D콘퍼런스'에서도 송 회장은 화상을 통해 환영사를 전한 바 있다.
송 회장이 칩거를 깨고 공식 석상에 서는 것은 양사 합병으로 탄생할 거대 법인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직접 수립하고 향후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두나무의 지분이 네이버파이낸셜로 이전되면서 송 회장이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점이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유력하게 논의되는 합병 비율(네이버파이낸셜1·두나무3)이 적용될 경우 송 회장을 비롯한 두나무 경영진은 합병 후 약 30%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의 지분율은 가치가 희석되면서 17%대로 내려앉게 된다. 즉 네이버 그룹 내에서 이 의장이 최대주주가 아닌 핵심 계열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의 전망처럼 최대주주가 된 송 회장이 일부 의결권을 위임하더라도 합병 과정의 지분율 역전이 파격적으로 여겨지는 만큼, 송 회장 자신이 직접 시장을 설득하고 새로운 경영 리더로서 공식적인 승계를 대내외에 밝힐 필요성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그간 네이버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향해 온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송 회장이 이 의장과 함께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필요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특히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기 위한 수순인 두나무 측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분 확보가 관건인 만큼, 송 회장이 직접 합병 법인의 청사진을 밝히며 주주 설득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송 회장이 공식 석상에 나선다는 것은 금융당국과 일정 부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합병 후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상장 현안 입장 내놓을 듯…규제 관련 메시지도
송 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네이버가 가진 기술력과 플랫폼 인프라와 두나무가 보유한 블록체인 및 웹3 혁신 역량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유동성과 네이버페이의 범용성을 결합한 매개체로 스테이블 코인을 언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나무 주도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이를 네이버페이 시스템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네이버가 가진 쇼핑·웹툰 등에서 코인으로 결제를 하거나 네이버포인트를 코인으로 전환해 투자하는 결제·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결합으로 각각의 기술력과 고유 자산을 토대로 스테이블 코인 관련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규제만 마련된다면 즉시 실사용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무게를 두는 나스닥 상장 방안에 대한 구상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분 교환 후 미국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합의를 이루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중복 상장에 대한 논란을 벗고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직접 설명할 것이란 의견이다.
송 회장이 대외 행보를 결심한 것은 이번 합병이 전략적 동맹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합병 법인이 마주할 규제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점에서 그가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간편결제 서비스 영역에서 우위를 점한 네이버페이의 결합은 금융 당국의 독과점 심사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위 사업자간 결합이 가져올 시장 왜곡을 우려하며 정밀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해 토큰증권(STO), 디파이(DeFi)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사업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밝히고, 이 과정에 규제 당국과 소통을 통해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단 의지를 밝혀 우려를 잠재울 것이란 관측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송 회장의 이번 행보는 이제는 업계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 영역을 어떤 식으로 사업에 적용해 풀어가겠다는 큰 틀의 방향성이 그에게서 나올 것인 만큼 구체적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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