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사업 적자…중국 저가 공세에 가격 하락으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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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TV사업 적자…중국 저가 공세에 가격 하락으로 '악순환'

한스경제 2025-11-25 14: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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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15형 마이크로 RGB TV./삼성전자
삼성전자 115형 마이크로 RGB TV./삼성전자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3분기 TV사업에서 동시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평균판매가격(ASP) 하락과 판촉비 증가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됐다.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 제조사들이 저가 제품을 무기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자 ‘프리미엄 중심’으로 짜여진 한국 TV 양강의 방어막이 뚫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TV와 생활가전 사업 부문에서 두 자릿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해당 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1조7000억원 흑자를 올렸지만 올 들어 1분기 3000억원, 2분기 2000억원으로 계속 이익 규모가 줄어들다가 결국 3분기 영업손실 1000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프리미엄 TV 판매 비중은 예년과 비슷했지만 중저가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춘 탓에 ASP가 내려앉았고 물류·마케팅 부담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무너졌다.​

LG전자의 TV 사업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다. 매출은 버텼지만 마케팅 비용과 일회성 인건비가 늘어나 3분기 영업손실이 3000억 원대에 이르렀다. 생활가전과 차량용 전장부문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안 한때 ‘캐시카우’로 불리던 TV 사업이 오히려 실적의 약한 고리가 된 셈이다.​

세계 최초 투명·무선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LG전자
세계 최초 투명·무선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LG전자

◆ 중국 저가 공세와 ‘볼륨존’ 붕괴...프리미엄 전략의 명암

업계가 가장 눈여겨보는 변수는 TCL·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의 질주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에서 대형 할인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며 동급 삼성·LG 제품보다 수십 퍼센트 저렴한 가격표를 내걸고 있다. 소비 위축 국면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저가 시장의 고객 상당수가 중국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TV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은 프리미엄에 무게를 두고 제품 구성을 짜 왔다. 이 전략은 고가 시장에선 통했지만 전체 물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볼륨존(신흥국 중간소득층)'에서는 방어선이 무너졌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판매대수는 유지하되 가격은 내리고 마진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모양새다.​

두 회사는 여전히 프리미엄 TV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QLED·마이크로LED, LG전자는 OLED를 앞세워 고해상도·대형 화면 제품의 라인업을 넓히고 있으며 자체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콘텐츠·광고·게임 등 부가 서비스를 붙여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다만 프리미엄 중심 전략만으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방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은 커지는데 TV 교체 주기는 길어지고 있고 세대교체를 이끌 만한 ‘킬러 기능’도 아직 제한적이다. 기존 전략을 유지하더라도 가격·원가·라인업을 아우르는 정교한 재조정이 없다면 적자 폭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명확히 구분한 ‘이원화 전략’을 주문한다. 북미·유럽 등 성숙 시장에선 초고해상도, 대형, AI 기능이 결합된 초프리미엄 제품과 OS·플랫폼·서비스를 묶은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신흥국이나 가격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선 현지 인프라와 소득 수준에 맞춘 합리적인 사양·가격대의 제품으로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볼륨존에서 TCL, 하이센스와 정면으로 가격 승부를 벌이기보다 브랜드 신뢰와 A/S, 에너지 효율, 사용 편의성 등 ‘비가격 요소’를 살린 중간 가격대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시에 지역별 생산·조달 구조를 손질해 원가를 개선하고 유통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판촉·재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하드웨어의 영광’ 넘어 혁신의 균형 필요

TV 산업은 이미 ‘화질 경쟁의 시대’를 넘어 ‘경험과 서비스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고수한 채 가격 인하와 판촉전으로만 대응한다면 하드웨어 강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마케팅과 비용 절감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TV를 중심으로 한 가정 내 디지털 허브, 데이터 서비스, 친환경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와 연결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글로벌 1·2위라는 타이틀을 지키면서도 수익성까지 회복하려면 프리미엄 전략 위에 ‘시장 이원화·플랫폼화·B2B 확장’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3분기 실적은 단순한 일시 부진이 아니라 TV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며 “한국 TV 양강이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속도로 판을 다시 짤지에 따라 향후 10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지형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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