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석 달 새 10억달러(약 1조48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공격적으로 키워온 가상자산 투자가 시장 조정과 맞물리며 적지 않은 손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의 순자산은 9월 초 77억달러에서 최근 67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가상자산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TMTG)이다. TMTG는 약 2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12만6185달러) 대비 30% 넘게 떨어지며 회사 장부상 가치도 함께 증발했다.
TMTG 주가도 상장 직후의 열기를 잃고 상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탁을 통해 보유한 지분 평가액만 8억달러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TMTG가 대규모로 매입한 크립토닷컴 발행 토큰 ‘CRO’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CRO 가격은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고 이로 인한 평가손실도 TMTG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일가가 주도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WLFI)’도 수익성 둔화에 직면했다. WLFI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을 결합하겠다며 내세운 트럼프 일가의 대표적인 디지털 금융 프로젝트다.
이 플랫폼에서 발행한 자체 코인 ‘WLFI’ 가격은 9월 초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장부상 가치는 60억달러에서 30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당수가 매매가 제한된 형태의 토큰이어서, 일가의 순자산 산정에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에릭 트럼프가 지분 7.5%를 쥐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업체 ‘ABTC’ 주가도 최근 약세장을 피해가지 못했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관련 종목이 동반 조정에 들어갔고, ABTC 역시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밀리며 에릭 트럼프의 지분 평가액은 3억달러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트럼프 밈코인’도 가파른 롤러코스터를 그렸다. 취임 직후 45달러를 웃돌며 ‘대선 랠리’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최근에는 6달러대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급락했다. 트럼프 일가의 이름값에 기대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적잖은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일가는 토큰 발행 구조와 복잡한 거래 설계를 통해 위험을 일정 부분 회피할 여지가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가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트럼프 일가 주변에서 형성된 각종 코인과 토큰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WLFI와 각종 밈 코인, 관련 상장사 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트럼프 이름을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 사이에선 “결국 리스크는 개미 몫”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 일가는 여전히 ‘상승장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 에릭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매수 기회”라며 “일시적 조정에 흔들리지 말고 미국의 블록체인·디지털 금융 혁신을 믿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추가 자금 유입을 독려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정책 영향력이 막강한 대통령 일가가 고위험 자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이번 조정을 계기로 트럼프 일가의 ‘크립토 실험’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점에서 대거 유입된 개인 자금이 손실을 본 상황에서 향후 가격 흐름과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트럼프 코인 제국’의 지속 가능성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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