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최근 5년간 임원 수 증가 속도가 직원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에서는 임원 수는 늘어난 반면 직원 수는 줄어드는 '역전 현상'도 확인되면서 기업 내 고위직과 일반 직원 간 구조적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33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1분기부터 2025년 반기까지 직원·임원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직원 수는 121만9586명에서 125만3474명으로 3만3888명(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임원 수는 같은 기간 1만2688명에서 1만3873명으로 1185명(9.3%) 증가해, 직원 증가율 대비 임원 증가율이 약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직원 100명당 임원 비율도 1.04%에서 1.11%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분석에서 23개 산업군 중 직원과 임원 수가 모두 증가한 업종은 13개에 불과했으며 직원과 임원 모두 감소한 업종은 4개였다. 특히 직원 수는 줄어들고 임원 수는 늘어난 업종은 3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금융업이 가장 눈에 띄는 격차를 보였다.
은행권을 살펴보면 조사 대상 12곳의 직원 수는 9만2889명에서 8만3907명으로 8982명(9.7%) 감소했지만, 임원 수는 293명에서 327명으로 34명(11.6%) 증가했다. 보험업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전체 직원 수는 4만4847명에서 4만2103명으로 2744명(6.1%) 줄었지만, 임원은 671명에서 734명으로 63명(9.4%) 늘었다.
반면 통신·유통·석유화학 업종에서는 직원과 임원이 모두 감소했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경우, 직원 수는 3만9408명에서 3만608명으로 22.3%(8800명) 줄어든 반면, 임원은 285명에서 281명으로 4명만 줄었다. 유통업 16개 기업은 직원 수가 9만3038명에서 8만3655명으로 10.1%(9383명) 감소했지만, 임원은 548명에서 532명으로 2.9% 줄어 감소 폭 차이가 컸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27개 기업의 직원 수가 6만8700명에서 5만9215명으로 13.8%(9485명) 감소했지만, 임원은 1207명에서 1122명으로 7.0%(85명) 줄어 직원 감소율보다 임원 감소율이 낮았다.
기업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임원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직급 상승뿐만 아니라 조직 개편과 인사 전략에도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각 부문별 책임자 역할을 세분화하고, 부문장·센터장·전략 임원 직급을 새로 만들면서 임원 수가 자연스럽게 는 것이라며 반면 경기 불확실성과 공채 축소로 일반 직원 채용은 제한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업종별 특성도 뚜렷하다. 은행·보험은 고연차 직원 감축과 임원 확대로 '임원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통신·유통·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서비스 업종은 구조조정과 자동화 영향으로 직원과 임원이 동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금융업 중심으로 임원과 직원 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직 운영 방식 변화와 인력 구조 재편 속도에 따라 격차 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대기업 내 직원·임원 간 격차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연차·전문직 임원 중심의 조직 체계가 강화되면서, 일반 직원의 성장 기회와 승진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원 수 증가와 직원 수 감소라는 현상은 단순 통계가 아니라 기업 구조 변화와 연계된 사회적 신호"라며 "임금 격차, 조직 운영 방식, 장기적 인재 확보 전략 등 다양한 정책적·경영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대기업 임원과 직원 간 구조적 격차 추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인사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자동화, 인력 효율화 등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임원 집중화 현상은 점점 심화될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와 기업 경영진 모두 장기적 인력 구조 조정과 조직 내 균형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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