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에서 시작된 한국 해상풍력의 첫 걸음, 해상풍력 갈등 시대의 오래된 답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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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에서 시작된 한국 해상풍력의 첫 걸음, 해상풍력 갈등 시대의 오래된 답을 말하다

월간기후변화 2025-11-25 10:28:00 신고

풍력발전소는 2030년 17.3GW, 2040년 40.6GW라는 대규모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해양 공간 이용 방식의 대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 관문은 기술도, 예산도 아닌 ‘수용성’이다. 특히 생계가 직결된 어민의 수용성은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지금까지의 갈등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이다. 해상풍력은 기존 어업과 해양 공간을 공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민 조업권과 어장 생태 변화에 대한 우려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해저 케이블 매설, 기초 구조물 시공, 시공선 이동, 풍력기 유지관리와 같은 공정은 어민에게는 낯선 위협으로 다가온다. 정부와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다 짠 뒤 주민에게 뒤늦게 고지하는 방식은 이미 불신을 자초해왔다. 갈등은 자연스럽게 심화되고, 사업은 지연되거나 좌초된다.

 

이 지점에서 일본의 경험은 유의미하다. 일본도 해상풍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거센 반발을 겪었고, 초기에는 보상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보상은 갈등을 잠시 무마할 뿐 장기적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은 방향을 틀었다. 어민을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서 ‘파트너’로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계획 단계부터 어업 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를 법제화했으며, 공동 모니터링과 이익 공유가 가능한 체계를 도입했다. 하세 시게토 전 수산청 장관이 말한 이 전환은 일본 해상풍력의 전기를 이끌었다. 협조는 보상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재설계였다.

 

한국도 이 지점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설득’과 ‘보상’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어민 참여는 늘 뒤에 배치된다. 법제화된 협의 구조도 부족하고, 장기적 이익 공유 모델도 없다.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 대부도 풍력발전소    

 

나는 이 변화가 낯설지 않다.

 

22년 전 환경과미래연구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대부도 풍력발전 유치를 위해 지역주민을 설득했고,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에서 정책적 판단의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2000년대 초, 나는 이미 ‘조간대 풍력’과 ‘해상풍력’이 곧 올 시대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저풍속 풍력 기술이 없어 국내 환경에서는 어렵다는 반론이 많았지만, 기술은 결국 발전했고 지금의 해상풍력 시대를 열었다.

 

당시에도 어민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고, 나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그리고 관광 어업을 포함한 복합 해양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갈등은 20년 전 예고된 것이다.

 

해상풍력은 바다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잘 설계되면 어장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은 인공어초 역할을 하며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만들고, 어류가 모이는 새로운 생태 공간을 형성한다는 연구도 많다.

 

바다는 이미 변화 중이며, 어업 또한 과거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어장을 이동시키고, 어종의 서식 패턴을 바꾸고 있으며, 기존 조업 방식은 점점 더 큰 비용과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지역 어촌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신뢰다.


신뢰는 제도에서 나오고, 제도는 참여에서 나온다.


어민이 계획의 말미가 아니라 첫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정부는 사업자를 관리하는 규칙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고, 사업자는 이해관계 조정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져야 한다.

 

보상금을 주고 갈등을 덮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신 장기적 이익 공유, 공동 모니터링, 해양환경 개선과 연계된 프로젝트, 해상풍력과 어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도 바로 이것이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전기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바다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어민의 생계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지역경제가 어디에서 미래를 찾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바다는 더 이상 한 산업만의 공간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바다는 에너지·수산·관광·생태 보전이 얽힌 다층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고, 해상풍력은 그 변화의 핵심 기둥 중 하나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신뢰가 쌓여야 해상풍력은 갈등의 산업에서 미래의 산업으로 바뀐다.


지금, 그 신뢰를 설계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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