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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유럽에서 석유화학 설비 영구 폐쇄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글로벌 에틸렌 폐쇄 사이클이 더욱 가팔라 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후설비에 따른 고비용 환경, 범용 제품 단가 하락과 수요 부진 등에 따라 내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업황이 예상돼서다. 구조조정인 진행 중인 국내 석화업계도 정부가 최종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은 최근 스코틀랜드 파이프 에 위치한 에틸렌 공장을 내년 2월부로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이번에 폐쇄 결정이 내려진 공장은 1985년 상업 가업을 시작한 곳으로 연간 83만톤(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한 영국 내 대표 설비로 꼽힌다. 하지만 수년간 심화된 세계 공급 과잉과 유럽 내 구조적 고비용 환경이 겹치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어려워지며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유럽 에틸렌 시장 재편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비용 상승과 유럽 규제 강화 등으로 엑슨모빌은 설비매각을 추진했으나 노후·고비용 크래커(기초 유분 생산 설비)에 대한 부담으로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를 포함해 2022년 이후 유럽에서 폐쇄 혹은 전환이 발표된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미 연간 600만t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이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집약도가 높고 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유럽 내 추가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에틸렌 시장도 폐쇄 사이클에 돌입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유럽 등 주요 생산국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약 1310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가 폐쇄될 전망이다.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노후설비를 보유한 유럽, 한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진행 중인 석화 업계의 불황은 고비용·노후 자산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며 “감산을 통해 공급과잉이 완화되고, 스프레드 개선으로 일부 단가가 개선된다고 해도 고효율 통합 설비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추가 구조조정 리스크는 상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석화 업계도 정부가 자율 구조개편안 제출 시한으로 정한 연말 안에 자구안을 제출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3대 석화단지인 여수·대산·울산 등에선 정유사와 화학업체 간 수직계열화 등 다양한 통합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 중 대산 지역에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간 설비 통폐합 방안이 이르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가율이 높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평균적인 수요선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시황과 관계없이 사업 재편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획기적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채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통폐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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