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90년대를 주름잡은 코믹 연기의 대명사, 원로배우 남포동(본명 김광일)이 긴 투병 끝에 지난 23일 오전 5시 10분경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은 고인의 나이는 81세였습니다.
방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포동은 오랜 기간 지병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왔으며,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평온관 5호에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발인은 오는 25일 낮 1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고인의 사망 원인은 간암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동은 지난 2009년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15시간에 걸친 대수술인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그는 생명을 건진 뒤에도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를 동시에 겪어야 했습니다.
1965년 코미디 영화 '나도 연애할 수 있다'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남포동은 이후 60년 가까이 대중과 함께해왔습니다. '고래사냥' 시리즈를 비롯해 '제3한강교', '겨울 나그네', '투캅스 2', '투캅스 3' 등 수많은 영화에서 특유의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인간 시장', '머나먼 쏭바강' 등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고, 2022년 영화 '감동주의보'에서는 주인공 할아버지 전종구 역을 맡아 마지막 감초 연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화려했던 연기 활동 뒤에는 고인의 굴곡진 삶이 숨어 있었습니다. 2020년 SBS 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한 남포동은 큰 사기 사건에 휘말려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2022년 MBN '특종세상'에서는 생활고로 인해 모텔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6개월 치 월세를 내고 모텔에서 살고 있다"는 그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경남 창녕군의 한 주차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119에 의해 긴급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극단적 선택 시도 의혹이 제기되며 팬들의 걱정이 쏟아졌고, 이는 고인이 겪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1944년 11월 6일생인 남포동은 한국 영화계와 드라마계에서 '원조 감초' 배우로 불리며 후배 배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서도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은 많은 관객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그의 코믹 연기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연예계 동료들과 팬들은 고인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개그우먼 박미선과 배우 이봉원 등 생전 남포동과 친분이 있었던 연예인들은 오열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고인이 평생 한국 대중문화에 기여한 공로와 그가 남긴 웃음의 유산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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