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악마가 된 불가사리, 재생의 신비가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 이유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바다의 악마가 된 불가사리, 재생의 신비가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 이유

월간기후변화 2025-11-25 09:21:00 신고

▲ 불가사리 사진    불가사리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잘라버리면 개체 수가 더 늘어나는 독특한 생체 구조 덕분에 사실상 퇴치가 불가능한 존재다.

 

불가사리는 원래 바다 생태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소부였다. 죽은 물고기와 해저 바닥의 유기물을 분해하며 먹이사슬의 중요한 한 축을 맡던 존재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어민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다. 불가사리가 먹어 치우는 대상이 조개, 가리비, 전복 같은 고부가가치 양식 생물로 바뀌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불가사리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잘라버리면 개체 수가 더 늘어나는 독특한 생체 구조 덕분에 사실상 퇴치가 불가능한 존재다.

 

불가사리가 제거하기 어렵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재생 능력이다. 팔 하나가 남아 있어도 몸 전체를 다시 만들어 낸다. 잘라서 바다에 버리면 한 마리가 두 마리, 두 마리가 네 마리가 된다. 이는 어린 시절 잘라놓은 뱀이 몇 배로 늘어나는 악몽과도 비슷한 공포를 준다.

 

뇌와 혈관이 없는 구조, 수관계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움직이는 방식, 위를 외부로 끄집어내 먹이를 소화하는 방식 등 불가사리는 모든 면에서 다른 생물들과 거리감이 있다.

 

뇌 대신 팔마다 분산된 신경으로 움직이며, 바닷물이 피 역할을 하고, 관족이라는 유압식 튜브 다리를 이용해 조개껍질을 비틀어 벌린다. 이 생명체는 일반적인 동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듯한 독특한 생물학적 정체성을 가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불가사리의 외형이 극도로 낯설다는 것이다. 좌우 대칭이 일반적인 동물계에서 불가사리는 오방사 대칭이라는 희귀한 형태를 유지한다. 성게, 해삼, 바다나리 등 극피동물 전체가 모두 오방사 대칭을 따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역시 초기 유생 단계에서는 모두 좌우 대칭이라는 점이다. 성장 과정에서만 방사 대칭으로 바뀐다. 왜 살아가는 방식의 중심을 굳이 오방사로 옮겼는지, 왜 4나 6이 아닌 5인지 현대 생물학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다만 느리게 이동하는 생물에게 방사형 구조는 어느 방향으로든 먹이를 접촉할 수 있고, 팔이 하나 손상되어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불가사리가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기 시작한 결정적 이유는 인간의 영향 때문이다. 과도한 어획은 불가사리의 천적을 사라지게 했고, 조개류 양식장은 불가사리에게 끝없는 먹이를 제공했다. 해양 오염은 부영양화를 일으켜 영양분을 지나치게 풍부하게 만들었고, 국제 운송선의 평형수는 아무르 불가사리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호주, 뉴질랜드, 알래스카 등 새로운 해역에 퍼진 불가사리는 그곳의 토착 생물군을 빠르게 잠식했다. 특히 대산호초는 기후 변화로 이미 약화된 상황에 불가사리 급증까지 더해져 생존의 위협을 받는 중이다.

 

퇴치 방법도 마땅치 않다. 잘라서 버리면 오히려 번식이 촉진되며, 트롤 어선으로 긁어내면 바닥 생태계가 통째로 파괴된다. 잠수부가 일일이 잡아 말려 죽이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이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차단막도 그다지 효과가 없으며, 새로운 천적 도입은 또 다른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결국 장기적인 해결책은 바다를 원래대로 돌리는 데 있다. 남획을 줄여 천적을 복원하고, 양식을 줄여 먹이 공급을 조절하며, 오염을 감소시켜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는 것뿐이다.

 

불가사리는 생태계의 한 구성원일 뿐이며, 자연스러운 균형 속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이 만든 조건 속에서 불가사리가 가장 빠르게, 가장 강하게 적응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불가사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바다 스스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되돌리는 일이다.

 

 

불가사리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인간이 그들의 수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한 것이다. 바다의 악마는 인간이 만든 괴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생명체의 재생 능력은 인간이 배워야 할 중요한 생명과학적 힌트를 품고 있다.

 

배아 유전자 재활성화, 줄기 세포 기반 복원, 감염 없이 손상 부위를 통째로 다시 만드는 능력은 의학적 재생 연구의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불가사리는 생태계의 위협과 동시에 재생 의학의 열쇠를 품은 생명체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