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물들의 귀여움이 말해주는 기후 위기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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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물들의 귀여움이 말해주는 기후 위기의 속도

월간기후변화 2025-11-25 09:09:00 신고

한국 동물들이 해외에서 유난히 귀엽다는 인식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좁은 국토, 높은 산지 비율, 뚜렷한 사계절 같은 환경적 조건 속에서 한국의 생명체들은 작고 둥글게 진화해왔다.

 

생존에 유리한 형태가 곧 ‘귀여움’으로 읽힌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기후 위기가 만든 변화의 균열, 생태계 교란, 진화의 속도와 환경 변화의 속도가 맞지 않는 현실이 겹쳐 있다. 동물의 생김새가 왜 그런지 설명하는 과정은 결국 오늘의 기후 문제를 정면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 좁은 국토, 높은 산지 비율, 뚜렷한 사계절 같은 환경적 조건 속에서 한국의 생명체들은 작고 둥글게 진화해왔다. 고라니사진    

 

최근의 날씨를 떠올려보면 계절의 감각이 붕괴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가을은 사라지듯 짧아졌고, 10월 초에는 반팔을 입다 갑자기 패딩을 꺼내야 할 정도로 날씨가 흔들린다.

 

기후학자들조차 예측을 포기할 만큼 변덕이 심해졌고, 시원하고 추운 계절은 줄어드는 반면 덥고 긴 여름은 점점 늘어난다. 올해의 5월은 전 세계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뜨거운 달이었다.

 

스페인 48도, 프랑스 47도, 튀르키예 49도 같은 기록은 유럽의 여름이 이미 남유럽의 기온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변화가 몰고 오는 생태계의 충격은 예상보다 빠르고 깊다. 해양 생태계에서는 어종의 이동이 현실이 되었고, 제주 남쪽에서 잡히던 물고기가 전남 연안에서 잡히고, 완도와 신안의 김이 군산과 태안에서 나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곤충은 기온 상승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지만, 그 곤충을 먹여 살리는 식물은 이동하지 못한다. 곤충 개체수는 줄고, 농작물에 의존하는 식량 체계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인도의 토마토 가격이 2천 원에서 만 원으로 치솟고, 밀 생산에 문제가 생겨 수출이 봉쇄되었던 일은 기후 위기가 어떻게 국제 식량 시장을 뒤흔드는지 보여준 사례다.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북이가 처음 출현한 것은 2억 6천만 년 전이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기까지 6천만 년이 걸렸다.

 

고래가 육상 포유류에서 바다의 거대한 생명체로 바뀌는 과정 역시 5천만 년이 필요했다. 새가 공룡에서 진화하고 날 수 있도록 몸 구조를 바꾸는 데에도 수천만 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 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100년 동안 1도 상승이라는 속도로 진행된다. 생태계는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한국 동물들의 귀여움은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진화의 형태다. 산악 지형이 많고 습지와 물풀이 넓게 분포한 환경에서는 큰 몸집보다는 작고 둥근 외형이 생존에 유리했다. 여름에는 열을 방출해야 하고 겨울에는 열을 보존해야 하는 사계절의 환경은 ‘중간 크기’보다 ‘작고 둥근 형태’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해외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 동물이 귀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환경적 선택의 결과다.

 

그러나 생태계는 지역의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국의 장수말벌은 한국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 들어가는 순간 천적이 사라지고, 미국의 새들은 처음 보는 이 거대한 벌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의 꿀벌 집단은 급격히 무너졌고, 농산물 생산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장수말벌은 ‘한국에 있을 때만 괜찮은 벌’이었다.

 

무당개구리는 한국에서는 색이 강해 꺼려지는 존재였지만, 해외에서는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무당개구리의 피부에 함께 살던 항아리 곰팡이가 다른 나라 양서류들을 공격했고, 에콰도르의 황금 개구리와 호주의 금류 코리 등 수많은 종들이 사라졌다. 원래 생태계에서 아무 문제 없이 공존하던 곰팡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치명적인 병원체가 되었다.

▲ 무당개구리는 한국에서는 색이 강해 꺼려지는 존재 해외에서는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다    

 

반대로 한국으로 유입된 외래종은 또 다른 방향으로 한국 생태계를 흔들었다. 황소개구리는 너무 커서 뱀까지 잡아먹었고, 뉴트리아는 따뜻한 지역의 동물이지만 한국 온도에 적응해 천적 없이 번성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다른 종들이 이들을 먹기 시작했고, 생태계는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했다. 튼튼한 생태계는 외부 침입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균형을 찾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라니는 한국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특별한 존재다. 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한국에 살고 있고, 해외에서는 멸종 위기종이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많다. 포식자였던 늑대, 호랑이, 스라소니가 사라지고, 서식지가 도로와 농촌으로 나뉘면서 고라니는 길을 건너다 로드킬로 죽는 일이 가장 큰 위험이 되었다. 숲이 아닌 인간 생활권으로 이동한 고라니는 한국의 생태계 구조와 도시화의 영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 고유종인 수원청개구리는 고립된 서식지 때문에 멸종 위기였지만, 생태계를 연결하는 노력이 이어지며 다시 늘어나는 중이다. 생태계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한국이 이런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30년 남짓이지만,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정모 관장은 방송의 마지막에서 모든 생물은 연결되어 있고, 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의 속도와 생태계의 한계를 직면하는 이 시대는, 내 옆의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곧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실질적인 시작점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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