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금산분리 탓 자금조달 어렵다면…기금·특별법 통해 해소"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근간을 해치면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만약 규제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렵다면 ‘국민성장펀드’(첨단전략산업기금)와 ‘특별법’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공정위)

주 위원장은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 위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기업집단의 문어발식 경영 때문이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장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금산분리를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우리는 총수일가가 서로 관계없는 업종을 문어발식으로 많게는 200여개, 평균 40여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기업을) 2·3·4세로 세습하는 비정상적인 선진국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업집단 내 야기되는 왜곡된 인센티브가 우리 주력기업이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데 방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대신, 대안적인 방안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라도 다른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때 벤처캐피털(CVC) 제도처럼 대기업이 벤처 투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지주사 소속 CVC는 100% 완전 자회사 형태로 둬야 하며, 투자금을 조성할 때 외부자금을 40%까지만 받을 수 있는 등 제약이 많아 활용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다. 주 위원장은 CVC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주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와 특별법 제정을 언급했다. 그는 “규제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성장펀드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며 “정부가 후순위 채권으로 투자해 민간 투자 활성화의 상당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필요 없이 반도체특별법 등 준비 중인 여러 특별법이 있다”며 “만약 기업의 자체적인 자금조달 여력이 일부 규제 때문에 어렵다면, 그 문제를 특별법을 통해 해소할 방법이 있다.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한시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첨단전략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협의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첨단산업의 글로벌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금산분리 원칙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략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서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금산분리 완화 만이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라고 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임기 내 중점 사업으로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 경제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후진성이 있다”며 “재벌 기업집단 내에서 총수일가가 아주 작은 지분만 갖고 많은 기업을 지배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