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K치킨이 해외로 나가는 경우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원재료(생닭, 닭고기)나 가공식품(가정간편식 냉동치킨, 닭고기 만두, 닭고기 소시지 등) 등 ‘식품’ 형태로 나가는 경우이며 나머지는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으로 수출되는 경우다.
이중 현재 가장 막혀 있는 부문은 생닭 등 식품분야다. 이는 국내가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세계 여러나라와 검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해서다. 검역(위생)협정이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동물, 축산물, 식품 등을 수입할 때 질병이나 병원체, 유해물질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는 정부간 합의(약속)문이다. 닭, 돼지, 소 등 가축은 전염병을 옮길 수 있어 수입해도 안전하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실제 ‘K보양식’이라 할 수 있는 삼계탕은 지난해 5월에야 유럽연합(EU)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1996년 정부가 EU에 수입 허용을 요청한 이후 27년만인 2023년 12월 ‘열처리 닭고기’ 제품에 한해 검역협정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130억달러임에도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 7000억달러에 견주면 2%에 불과한 이유가 바로 검역협정 미체결로 인한 식품 수출 품목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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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검역협정이 개별기업의 대응 차원을 넘어서는 외교와 통상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치킨, 돼지고기, 소고기 등 품목별 나라별 검역협정 체결 여부도 제각각 달라 현황 자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품목별 나라별로 내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검색으로 한번에 알 수 있는 DB화 작업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잘 안되고 있다”고 했다. 이상현 고려대 생명과학대 식품자원경제학과 부교수는 “식품외 산업 부분은 세부 산업별, 품목별로 국가별 이슈가 잘 조사돼 있는데 식품업계는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보가 잘 쌓여 있지 않으면 협상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식품 원재료 및 조리 과정에 대한 인증 기준이 상이한 것은 가맹사업을 통한 K치킨 수출에서도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깐부치킨이 필리핀 깐부치킨 지점에 수출하는 국내 소스와 파우더 제품에 대한 현지 식약처 심사를 받는 데도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국내 검사지 자료 등을 현지에 제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국가간 별도의 협약을 통해서 심사기간을 단축해주면 굉장히 수출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봤다.
또 프랜차이즈 모델로 K치킨 세계화를 하는 데는 ‘똘똘한 MF’를 찾는 것이 난제라는 지적이다. MF란 특정 프랜차이즈의 해당 국가 독점 운영권을 부여받은 현지 기업을 말한다. 해외 진출은 크게 직영 법인을 통한 ‘직진출’과 현지 파트너기업과 손 잡고 진입하는 MF계약 모델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공격적인 출점을 위해서는 MF모델을 적절히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MF모델은 현지 기업이 가맹점 모집과 교육, 관리, 로열티 징수 등 모든 운영을 맡는다. MF모델은 빠르게 현지에 진입할 수 있는 데다 초기 투자 부담이 적은 장점이 있다. BBQ, BHC, 교촌치킨도 모두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MF모델을 쓰고 있다.
문제는 신뢰할 만한 현지기업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K열풍에 편승하려는 현지 기업은 많지만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 현지 파트너 역량이나 조직규모, 국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선정 후에는 상대적으로 매장 운영 등에서 통제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서다. 이는 곧 본사와 MF 간의 동상이몽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본사는 ‘장기적인 QSC(품질, 서비스, 청결) 관리’가 목표지만, 현지 MF는 단기 수익에 매몰돼 QSC(품질, 서비스, 청결)를 무시하고 가맹점 수만 늘리는 ‘가맹점 장사’에 치중할 수 있다.
실제 교촌치킨은 2016년 일본에 1호점을 개점한 후 9개월 만에 폐점 조치했다. 일본 외식 전문기업 푸드플래닛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파트너사 재정악화와 무리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맞물려 사업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더 치명적인 것은 기술 유출과 법적 통제력 상실이다. MF 계약은 핵심 레시피와 운영 노하우를 넘기는 것인데, 파트너가 로열티를 미지급하거나 레시피를 빼돌려 유사 브랜드를 만들어도 국내 본사가 해외에서 법적 분쟁을 통해 이를 통제하기란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우수한 파트너 발굴 지원과 연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공신력 있는 리스트가 미구축된 상황”이라며 “공공부문에서 해외 투자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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