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몸은 체온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 이때 바로 쓰일 수 있는 당이 필요해 단맛이 유독 끌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과일이 달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특히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이들은 과일 속 당이 갑자기 수치를 높일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섭취를 줄이거나 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일은 단순한 당분 덩어리가 아니다. 과일 속에는 식이섬유·항산화 성분·비타민·미네랄이 함께 들어 있어, 오히려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종류도 있다. 핵심은 ‘어떤 과일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먹느냐’다. 지금부터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과일 3가지를 소개한다.
1. 달콤하지만 혈당 부담적은 ‘딸기’
딸기는 달콤한 맛 때문에 당분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 지수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하다.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Antioxidants'에 발표된 미국 네바다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하루 32g의 동결건조 딸기를 12주 동안 꾸준히 먹은 사람들에게서 공복 혈당과 염증 수치가 모두 낮아진 흐름을 확인했다. 이 변화는 딸기 속 성분이 혈당 관리와 혈관 염증 완화에 좋다는 결과다.
또한 딸기 속 폴리페놀·안토시아닌·피세틴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관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피세틴은 인슐린 분비 조절과 당뇨 합병증 위험 완화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섭취 형태가 중요하다. 주스 형태는 섬유질이 거의 사라져 혈당 상승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생과일 그대로 먹는 게 좋다.
2. 소화가 천천히 돼 식후 혈당 급등을 막는 ‘배’
배는 식이섬유와 수분이 많아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다. '팩틴'과 '리그닌' 같은 수용성 섬유가 소화를 늦추고, 탄수화물 흡수를 완만하게 한다. 이렇게 천천히 소화되면 식후 혈당이 급상승하는 것을 막는다. 또한 배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는 혈관 염증을 줄이고 당뇨 합병증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 수분 함량이 많아 포만감이 오래가, 불필요한 간식 섭취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숙성 단계와 온도다. 배는 숙성될수록 당도가 빠르게 높아지며, 후숙된 배는 과당 비율 증가로 혈당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섭취는 덜 익었을 때로, 하루 섭취량은 반 개 이하가 적당하다. 온도는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기보다 상온에 두었다가 먹는 편이 좋다. 너무 차갑게 먹으면 위가 부담을 느껴 소화가 더디고 복부 팽만이 생길 수 있다.
또 단독으로로 먹기보다 단백질이나 지방이 함유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아몬드, 호두같은 견과류와 함께 먹으면 당 흡수를 더 완만하게 만들어 혈당 변동을 줄일 수 있다.
3. 항산화 성분이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블루베리’
블루베리는 혈당 관리와 관련해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과일 중 하나다. 특히 2016년 11월 29일 국제학술지 Antioxidants에 게재된 April J. Stull 연구팀의 논문(Blueberries’ Impact on Insulin Resistance and Glucose Intolerance)에서는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포도당 처리 능력을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정리돼 있다. 이는 블루베리가 간의 포도당 생성 억제, 혈당 반응 완화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블루베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도당 흡수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 급상승을 완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폴리페놀 성분은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해 혈류 흐름이 부드럽게 유지되며, 장기적으로 혈관 손상 위험을 줄이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블루베리를 요거트와 함께 섭취하면 혈당 부담이 낮고 포만감 유지 시간이 길어 더 효과적이다. 단, 시럽에 절인 형태나 당이 첨가된 제품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혈당을 지키는 과일 섭취 습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과일을 먹는 시점과 조합이 중요하다. 식사 직후 과일을 먹으면 이미 분비된 인슐린 위에 추가 당분이 들어와 혈당이 빠르게 오른다. 식후 2~3시간 뒤나 간식 시간대에 따로 먹는 게 안전하다.
껍질째 먹는 과일은 섬유질이 손실되지 않아 포도당 흡수를 늦춘다. 단 주스나 스무디 형태로 만들면 당분만 남아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다. 동일한 양이라도 통째로 먹을 때보다 주스로 마실 때 혈당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단백질, 지방 식품과 함께 먹으면 혈당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딸기나 블루베리를 요거트와 함께 먹으면 소화 속도가 느려지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섭취량도 중요하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하루 1~2회, 한 컵 이내로 나눠 먹는 게 좋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식사 전후 혈당 변화를 기록해, 자신에게 맞는 과일 종류와 양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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