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 종로구 송월길 언덕 위에 자리한 서울기상관측소는 단순한 관측 시설을 넘어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이 땅의 하늘과 바람, 비와 눈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1907년 대한제국의 정부 산하 관측소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래 서울기상관측소는 우리 민족의 근대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날씨의 기록을 이어왔다.
1913년 낙원동 시절을 거쳐 1932년 송월동 현재 위치에 정착한 서울기상관측소는 지금까지 변함없는 자리에서 하늘을 우러르고 땅의 숨결을 헤아려 왔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85호’로, 2017년에는 세계기상기구(WMO)로부터 ‘100년 관측소’로 지정됐다.
100년 관측소는 100년 전 설립, 비활동 기간 10년 미만, 환경정보의 보존, 지속적인 자료 품질관리, 관측자료 공개 등 WMO의 촘촘한 기준을 모두 통과한 경우에만 선정되는 것으로 기상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재라고 불린다.
하지만 서울기상관측소의 진정한 가치는 수치와 데이터에만 있지 않다. 송월동 언덕 위, 단풍나무와 벚나무 그늘 아래 흐르는 시간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진리를 일깨워 준다. 자연은 늘 변하고, 그 변화를 기록하고 기억하며, 다가올 또 다른 변화에 대비하는 일은 인류의 몫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잦아진 국지성 집중호우, 재난 수준의 가뭄, 예측을 벗어나는 폭염과 한파는 우리의 삶과 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지난 세기 동안 서울이 겪은 극한의 날씨들은 서울기상관측소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기후위기 시대, 과거와 현재의 기록들은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한 지혜로 승화돼야 하며 서울기상관측소의 100년 기록은 우리가 과거를 해석하고, 현재에 대응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서울기상관측소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하늘을 관측할 것이다. 하늘을 관찰하는 일은 곧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한 세기 넘게 쌓인 소중한 기록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 정밀하고 신뢰성 높은 기후 예측 체계를 구축하며 과학과 역사, 전통과 미래를 연결해 기후위기라는 도전 과제에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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