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도 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지 너무 막막해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전지수씨(가명·34·여)에게 가족은 엄마와 오빠 둘 뿐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전씨는 20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 임대 주택에 당첨, 평범한 독립 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렵 전씨의 오빠가 조현병을 앓고 그를 보살피기 위해 엄마가 경제 활동을 중단하면서 가족의 생계는 전씨의 몫이 됐다.
전씨의 급여만으로는 자신의 주거비와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엄마와 오빠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빚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전씨는 앞으로의 삶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개인회생을 신청해 매월 50만원씩 변제하기로 하고 완전한 독립을 강행했다.
전씨가 7년간 재직하던 회사는 2024년 초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지만 전씨는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 기간 전씨는 남자친구를 만났고 아이가 생기며 새로운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아이가 생긴 것을 알게 된 남자친구는 “책임질 수 없다”며 돌연 전씨의 곁을 떠났다.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미혼모인 탓에 경제활동은 불가능해졌고, 살던 LH 행복주택도 지속된 관리비 체납으로 퇴거하게 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증금을 당장 받지 않겠다는 집주인이 나타나 경기 북부지역의 다른 LH 민간 임대주택에 입주했지만, 생계 급여에서 ▲월세 및 보증금 상환액 ▲개인회생 변제금 ▲육아비 등을 제하면 최소한의 생계비도 없는 상황이다.
전씨는 “난방도 켜지 못한 채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지내고 있다”며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만 자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눈물을 보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미혼 한부모 가정은 자녀를 홀로 양육하며 주거와 생계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최소한의 기반 마련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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