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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는 지난 2분기 홍콩에서 33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의 전체 해외 자금조달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래에 정통한 투자자와 은행가들에 따르면 LGFV 수십곳이 홍콩에서 채권을 판매하며 액면가에 표시된 것보다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재된 투자은행 등 중개사는 투자자를 대신해 액면가 100위안, 이자율 8%인 LGFV 채권을 주문한다. 중개사는 지방정부에 100위안 전부를 지불하고, 투자자들에겐 93위안에 채권을 판매한다. 이후 지방정부는 컨설팅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중개사에 7위안을 지급한다. 투자자가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 8%의 이자(8위안)를 받으면, 실질적인 수익은 15위안이 된다. 투자액(93위안) 대비 수익률은 16%로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이는 중국 본토에서는 오래 전에 금지된 관행으로, 적발시 과태료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역외시장인 홍콩·마카오 등에서는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한 우회 조달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홍콩·마카오 등에서 LGFV가 조달한 채권 발행액은 527억달러로 전년대비 70% 이상 폭증, 전체 오프쇼어 조달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실현 후 조기 매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거래되는 금리가 공시 수익률에 근접하거나 급등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변동성이 대폭 확대해 시장 신뢰와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결국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도 칼을 빼들었다. SFC는 성명을 내고 “시장 신뢰 유지에 반하는 부적절 행위”라며 적발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LGFV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표면 금리를 높일 경우 향후 돈을 빌리려고 할 때마다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지방정부들이 그만큼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로도 재정난이 심각한 허난성과 산둥성이 꼼수를 적극 활용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FV는 중국 지방정부가 직접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 형태의 투자·금융 플랫폼으로,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설립 초기엔 인프라 건설·부동산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확보하며 경기부양의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 지방정부 부채를 LGFV가 대신 떠안는 구조여서 그림자 금융 또는 그림자 부채로도 불린다.
지방정부는 전통적으로 토지 판매 수입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2010년대 수입이 줄어들어 LGFV에 대한 의존도가 대폭 확대했다. 2020년대 들어선 코로나19 팬데믹과 헝다사태에 따른 부동산 침체까지 겹쳐 LGFV 부채가 폭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LGFV 누적 채무액이 60조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스와프’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지방정부 자금난이 단기간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FV-투자자 간 고위험·고금리 거래가 본토에서 홍콩 등 역외로 전환되며, 중국 지방채 시장 전체의 신뢰 및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신용이 낮은 지방공기업 문제, 채무 숨기기 관행 등이 글로벌 자본시장 신뢰에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중국 대형·지방은행들이 담보로 확보한 부동산을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매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주택·오피스를 포함한 매물이 7만채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주택용 토지사용권 판매로 재정을 유지해온 지방정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방정부 산하 투자회사가 보유한 ‘숨은 부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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