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K-푸드가 중동 지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현지 유통망 확보와 할랄 인증을 앞세운 기업들의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농식품 누적 수출액(잠정치)은 85억9000만 달러(약 12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특히 GCC(걸프협력회의) 지역 수출은 전년보다 20.4% 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중동 전체 역시 최근 7~10월 구간 기준으로 23.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증가율(0.6%)을 앞지른 수치로, K-푸드가 중동에서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동 시장은 약 20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함께 고소득층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잠재력이 큰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건강·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식 식문화에 대한 선호도까지 높아지며 K-푸드 수입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동 시장을 잡기 위해 맞춤형 제품 개발과 할랄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 햇반, 만두, 김치 등 100여 종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UAE 두바이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연계해 현지 대형 유통사 알카야트인베스트먼츠(AKI)와 제품 유통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중동 시장 공략의 발판을 넓혔다.
SPC그룹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에 연면적 1만2900㎡ 규모의 파리바게뜨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동남아·중동을 잇는 ‘할랄 생산 허브’로 가동 중이다. 2.5조달러 규모의 할랄 식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파리바게뜨 조호르 생산센터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세계 할랄 푸드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할 계획이다.
라면 업체 3사 역시 할랄 인증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등 46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확보했다. 오뚜기는 진라면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해 수요를 넓히는 중이며,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22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중동 젊은층 사이에서 불닭브랜드 인기가 높아지며 삼양식품의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할랄 인증 확보와 현지 유통사 협력 여부가 향후 중동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중동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UAE·사우디 등 주요 시장에서 유통채널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정부·기업 간 협력 모델이 수출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수출 확대 흐름이 일시적인 반짝 증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K-콘텐츠 영향력 확산, 할랄 인증 기반 신뢰도 강화, 현지 물류·유통 인프라 확충 등이 맞물리며 향후 3~5년간 K-푸드의 중동 시장 성장세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중동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안정적인 수요 시장인 만큼, 국내 식품업계의 선제적 투자와 시장 선점 전략이 중장기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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