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의 무인 매장에 각종 중국 간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식품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간편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무인 매장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반 음식점과 달리 별도의 영업 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관리·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성분 정보나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수입 간식이 무분별하게 진열되는 사례가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르데스크가 서울 시내 무인 매장 2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매장 곳곳에서 ▲설곤약 ▲찹쌀 라티아오 ▲향라맛 오징어 ▲대체육 간식 ▲쌀과자 등 다양한 중국 간식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제품 상당수는 한국어 표기가 부정확하거나 글씨가 지나치게 작아 읽기 어려웠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가 누락된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영양성분 표시 역시 국내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제품이 다수 있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산 식품의 위생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중국 간식 섭취 시에도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인매장에서는 어린 학생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제품들을 구매해 먹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미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서 중국 간식의 인기는 뜨거운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설곤약'은 곤약에 향라맛·마라맛 등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향신료 조합을 더해 만든 간식으로 마라탕 맛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유행했다. '라티아오' 역시 중국식 쫀드기라 불리는 국민 간식으로, 매운 향신료 기름이 배어 있는 독특한 맛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메롱바'가 새로운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메롱' 표정을 형상화한 바 타입 아이스크림으로 시간이 지나면 녹지 않고 젤리 형태로 변해 혀 모양으로 변하는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유튜브와 SNS 후기가 수백만 회 조회되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싸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유헌 씨(28·남)는 "SNS에서 메롱바가 유행한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사 먹어 봤다"며 "녹으면서 젤리처럼 변하는 게 신기했지만 식감도 맛도 낯설어 원산지를 확인해보니 중국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중국산 식품에 대해 위생이나 성분 표기 논란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중국 간식에 청색 1호, 황색 4호, 적색 40호 등 논란이 있는 타르계 색소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청색 1호는 어린이의 활동 과다를 유발할 수 있어 유럽 연합에서는 섭취 제한이 권고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만간 이 제품에 들어있는 타르계 색소를 포함한 식용 색소 전반에 대한 기준을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배경으로 무인매장의 구조적 관리 공백을 지적한다. 무인매장은 관련 규정이 존재함에도 실제 적용과 감독이 느슨한 편이다. 수입 간식의 안전성 검증은 식약처, 매장 위생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맡지만 제품 표시 관리나 위험 제품 선별은 사실상 사업자 자율에 의존한다. 이 같은 분리된 책임 구조는 관리 사각지대를 낳기 쉽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인매장 특성상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표시 오류가 제때 발견되지 않거나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 진열된 채 판매되는 사례가 지자체 점검에서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원산지·성분 정보를 안내하는 QR마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관계 당국에서 유통을 조금 더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식품 규제를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표본 검사보다 사전 검증을 좀 더 강화함과 동시에 식품 안전 기준을 좀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무인 매장 판매 식품 안전 기준을 만들어 입점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산 저가 간식류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