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척 추워지는 계절이다. 새벽 공기는 한층 매서워지고 출근길 사람들은 옷깃을 단단히 여민다. 아이들의 숨결이 하얗게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난방기기와 전열제품 사용도 자연스럽게 늘고 그만큼 따뜻함 뒤에 숨어 있는 위험 또한 함께 커지고 있다. 작은 부주의가 가족의 삶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이 시기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체 화재는 4만1천826건에 이르며 이 중 겨울철 화재는 연평균 2천338건(27.7%)으로 봄철 다음으로 많다. 인명 피해 역시 연평균 196명(30.8%)으로 계절 중 가장 높게 나타난다. 특히 겨울철 화재 원인 중 ‘부주의’가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이는 작은 실수가 위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은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기장판이다. 구조상 접힌 부분에 열이 집중되기 쉬워 과열 위험이 크며 여기에 라텍스처럼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소재와 함께 사용하면 내부 열이 쌓여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난로와 히터 주변에 쌓인 먼지, 종이, 의류 같은 생활용품 역시 문제다. 처음엔 그저 주변에 놓여 있던 물건이지만 난방기기의 열기가 더해지는 순간 순식간에 불씨로 변할 수 있다.
오래된 전선 또한 마찬가지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내부 피복이 갈라지거나 끊어져 스파크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취약점들이 어느 순간 서로 맞물리면서 큰 화재로 이어지곤 한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 요소들이 대부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평소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위험들은 생활 속 작은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첫째, 난방기기를 켜기 전 주변을 정리하고 전선·플러그 상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탄 냄새가 나거나 플러그가 평소보다 뜨거우면 즉시 사용을 멈추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둘째, 인증되지 않은 값싼 제품보다 KC마크가 있는 안전 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기본이다
셋째, 실내에서는 문어발식 콘센트나 여러 난방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피해 과부하와 과열을 방지해야 한다.
넷째, 외출 시에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았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까운 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특히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난방기기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겨울철 화재는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되지만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난방기기 점검, 주변 정리정돈 같은 기본적인 습관만으로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따뜻함을 위한 열기가 위험으로 바뀌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난방 습관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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