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중·일과 정상회담…우호 관계 재확인

[요하네스버그=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유성 기자]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별도 회동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리 총리는 G20 정상들이 모이는 공개 자리에서 서로를 외면하면서도 이 대통령에게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반가움을 표했다. 엄중한 국제 정세 하에서 한일 양국 관계의 중요성과 한일 간 미래 지향적 협력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면서 “양국이 협력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한일 간 셔틀 외교를 지속해나가면서 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리창 총리와 만났다. 이 대통령은 APEC 기간에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 관계의 복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양국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협력 성과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리 총리도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성공적”이라면서 “여러 현안에 대해 호혜적 협력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간 정치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이른 시일 내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리 총리는 “그렇게 전하겠다”며 시 주석의 안부 인사를 전했다.

중일 정상 회동 등 G20 다자외교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앙카라 도착 직후 국부묘소 헌화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원전·바이오 등 전략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한국전쟁 참전국이며 전통적 우호국인 튀르키예를 ‘신흥 시장 전략 파트너’로 보고 공급망 협력과 첨단 산업 파트너십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중일 관계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 후 경색되면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교도 통신은 올해 3국 정상회의 개최국인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내년 1월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의사를 타진했지만 중국이 사실상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불참을 통보하는 등 일본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리창 중국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는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등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