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5종의 ‘세대 교체 공백’ 논란이 짙어지는 시점, 종목을 10년 넘게 이끌어온 한 지도자가 최고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훈했다.(경기일보 11월21일자 단독 보도)
경기도청 근대5종팀 최은종 감독(57)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평가받는 자리에 두지 않는다. “메달은 선수 것이고, 실패는 제 책임”이라는 철학은 그가 한국 근대5종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이자 현재 대표팀이 잃어버린 가치이기도 하다.
청룡장의 영광을 뒤로하고, 선수들을 위해 전남 해남 전지훈련에 나선 최 감독은 상보다 뒤를 돌아보고, 선수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지도자의 태도를 다시금 확인했다.
■ “청룡장은 제가 받았지만 만든 건 선수들…지도자는 보호자일 뿐”
“사실 상을 받는다고 해서 제 마음이 들뜨진 않았습니다. 제 역할은 늘 선수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니까요.”
최 감독은 수훈 소감부터 선수들의 공을 강조했다. 수상 직후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일이 감사를 전한 이유도 “내가 아니라 우리 팀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운동은 마지막입니다. 인성과 태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먼저 자리해야 훈련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기록은 그다음입니다.”
해외 언론이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물으면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답한다고 그는 전했다.
지도자로서의 임무를 묻자 그는 단호했다. “감독은 선수와 코치를 보호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못하면 팀이 무너져요. 저는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위기? 세대교체가 멈춘 현실…근대5종은 타고나는 종목이 아니다”
성승민(한국체대)이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최 감독.
“대표팀을 떠났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선수들을 제대로 키울 시스템이 끊겼다는 점입니다. 전웅태, 이지훈 같은 선수들은 고교 때 바로 대표팀에 들어와 키워낸 세대입니다. 지금 그런 구조는 사라졌습니다.”
그는 근대5종이 ‘타고나는 종목’이라는 통념을 단호히 반박했다. “근대5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지도자가 얼마나 헌신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정상에 이를 수 있어요.”
현장 지도자로서 13년간 직접 달리기를 하고 육상 훈련법을 개발하며, 선수들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왔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 ▲세계선수권 최초 제패(개인·단체) ▲월드컵 개인전 1·2위 석권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 및 2회 연속 메달리스트 배출 등 역사적인 성과가 가능했다.
“이 모든 성과가 기록과 메달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과 쌓은 신뢰와 가족 같은 관계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바람처럼 뒤에서 밀어주고 지켜본 것뿐이에요.”
■ “평가는 남이 하는 것…내 목표는 ‘열심히 했던 감독’으로 남는 것”
‘한국 근대5종의 아버지’라는 표현에는 미소로 대신 답했다. “아버지라는 표현은 감사한데, 저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습니다. 평가는 남들이 하는 겁니다.”
하지만 책임감만큼은 명확했다. “선수가 기대만큼 못하면, 그건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제가 가르쳤으니까요. 변명은 없습니다.”
청룡장 수훈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달린다. “은퇴까지 미안함 없이 우리 선수들이 더 성장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록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는 앞으로도 성적보다 선수와 경기도청팀의 성장, 근대5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집중하며,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현장에서 끝까지 실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저는 그저 ‘열심히 했던 감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선수들의 성장이 제 삶의 기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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