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 미국 법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측의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과 관련한 증거 채택 철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 이사진 대상 주주대표 소송 관련 미국 내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외국 소송 지원을 위한 미국 연방법 제1782조(Section 1782)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에 기존에 허용했던 증거개시 명령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 영풍 측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고려아연 이사진 대상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미국 내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이그니오 인수와 관련된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미국 계열사인 페달포인트 측이 제기한 모든 기각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영풍의 한국 주주대표소송상 당사자적격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페달포인트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영풍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며 이번 증거개시가 한국 주주대표소송과 관련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의미 있는 승소’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인 전자 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한데 대해 고려아연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합리적 근거가 없이 이뤄졌다며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일환이다.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경영대리인인 최윤범 회장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이그니오를 약 5800억원이라는 과도한 가격에 인수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매도자에게는 투자금의 약 100배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영풍은 미국 내 페달포인트와 그 임원들로부터 이그니오 인수 관련 문서, 이메일, 내부평가자료, 협상 기록 및 증언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얻었다. 이는 한국 주주대표소송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이그니오 인수 결정이 적정한 절차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자사의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 노력이 국제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주주대표소송의 첫 번째 변론기일은 내년 1월 29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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