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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개최된 G20 정상회의가 이날 공식 폐막했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G20 정상회의가 열린 데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치러져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 정부가 백인 소수 인종을 박해하고 있다는 주장 등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 대표단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불참했지만, 2인자인 리창 총리가 자리를 대신했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미국의 보이콧에도 개최국인 남아공을 비롯해 G20 정상들은 회의 첫날부터 합의문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최종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 날 채택된다. 나머지 국가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고립주의에 대항해, 단합을 과시하고 자유무역주의·다자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결과로 풀이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주의를 내세우더라도 결국 다자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방증하듯 정상선언에는 기후변화 대응, 세계무역기구(WTO) 기반 무역 촉진, 성평등,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수단 등 갈등 지역의 평화 촉구 등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없이도 세계가 나아갈 수 있을지 G20 정상들이 시도했다”고 짚었다.
미국은 성명 발표 직후 남아공이 “G20 의장국 지위를 남용해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이외에도 모든 국가가 정상선언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남아공은 “정상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알렸으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합의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중동 관련 서술 등 정상선언 내용 일부가 자국 입장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압력이 있었는지 아르헨티나의 자발적 결정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은 뒤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는 점, 미국의 입장 발표 후 곧바로 아르헨티나의 반대가 나왔다는 점 등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추종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사우스 내에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및 중동 문제와 관련해 입장차가 드러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였다. 남아공·튀르키예 등 주요 신흥국은 가자지구 갈등에 있어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한 반면, 일부 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우스가 경제 성장과 함께 국제 위상이 높아졌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 및 합의 도출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동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3세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내부 대화와 협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G20 선언문이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 성격을 지닌 만큼, 각국은 사정에 따라 독자적 입장을 강화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국가들조차 미국의 막대한 경제력과 영향력 등과 관련해 협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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