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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의 아파트 건물을 공습, 헤즈볼라 참모총장 격인 하이삼 알리 타바타바이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다히예는 헤즈볼라의 정치·군사 거점이 밀집한 시아파 밀집 지역으로, 과거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때에도 집중 폭격을 받았던 곳이다.
이번 공습은 영상을 통해 아파트 두 개 층이 집중 파괴되고 인근 차량과 상점이 크게 훼손된 장면이 공개됐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헤즈볼라 대원과 민간인이 섞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바타바이는 수십년간 헤즈볼라 내에서 특수부대 ‘라드완 부대’ 창설, 시리아 전선 지휘,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작전 총괄 등을 맡아온 베테랑 지휘관이다. 이스라엘은 타바타바이가 1980년대에 헤즈볼라에 합류해 정예 라드완부대를 지휘했으며, 시리아 등지에서도 활동하며 여러 고위직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2016년 테러리스트로 지정돼 500만달러 현상금이 내걸렸다.
타바타바이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9월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벌인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 때 헤즈볼라군의 전투를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두 달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한 이후 그는 참모총장에 올라 조직 재건을 이끌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타바타바이가 헤즈볼라의 강화 및 무장을 총괄해온 핵심 인물”이라며 “이스라엘은 언제 어디서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측은 타바타바이 제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헤즈볼라 측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 관리 마무드 쿠마티는 공습 장소 인근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핵심 인물이 표적이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해 11월 미국 중재로 발효된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이후 베이루트에 대한 다섯 번째 공격이자,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수도를 겨냥한 타격이다. 교황 레오 14세의 베이루트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뤄져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는 레바논 남부에서의 전면전을 멈추고 양측 군사력 재배치를 통해 국경 일대 긴장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무기를 레바논 남부에서 북쪽 리타니강 이북으로 옮기고 최종적으로 무장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군도 60일 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레바논군이 그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그러나 휴전 발효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공습과 소규모 교전이 이어지며 합의는 사실상 ‘불완전한 정전’ 상태에 머물렀다. 양측은 휴전 합의 위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철수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경 인근에서 전력을 재편하며 로켓과 드론 공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최소 다섯 곳 전략적 거점을 계속 점유하고 있으며, 공습과 정찰 비행을 사실상 일상화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번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는 거듭된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역내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모든 노력과 계획을 거부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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