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단순 노동의 덫…시니어 재취업 전쟁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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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단순 노동의 덫…시니어 재취업 전쟁의 현실

투데이신문 2025-11-24 07:59: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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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승주 기자】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65세 이상 시니어의 노동 참여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 상당수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빈곤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경력과 기술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오래 일해도 여전히 가난한 노인

“80살까지는 일하고 싶어요. 외환 위기 때 사업을 정리하고 외국에 가 있다가 들어왔는데, 나이가 있으니까 할 게 없더라고요.”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권모씨(75)는 현재 건물 경비와 주차 관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택시 일을 10년 정도 했지만 만취한 승객 응대가 힘들어 결국 그만 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니어들의 노동 의지는 높지만 일자리 질이 낮은 현실이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노인 20% 이상)에 진입한 것이다.

고령층(55~79세) 고용률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고령 인구 1644만7000명 중 취업자는 97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만4000명 증가했다. 노인 고용률은 2020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 59.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윤동열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와 70대 초반까지 높아진 희망 근로 연령, 정부의 노인 고용 확대 정책 등으로 시니어 고용률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용률 상승이 빈곤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빈곤율은 39.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부분 임금이 낮은 단기·단순 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진동수 교수는 “중장년과 시니어는 제조업, 청소 등 생계형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령 인구의 69.4%는 생활비 부족 때문에 더 오래 일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경력 활용 어렵다’는 시니어들…맞춤형 일자리 필요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이모씨(65)는 소방·기계·전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하는 고정급 일자리가 거의 없다”며 “공고 대부분이 둥둥 뜬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면 좋은데 그런 게 많이 없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시니어 취업 상담들은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고령층이 극소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대부분 역시 인맥이나 헤드헌터를 통해 간신히 기회를 얻는다.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조언하지만, 이를 갖춰도 취업은 쉽지 않다.

개인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개별 맞춤형 일자리가 있더라도 공급이 적고 수요는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자격증 취득 후 시니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김모씨(76)는 “1년마다 다시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선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긴장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일을 구하지 못해 자원봉사로 바리스타 경험을 쌓았다고 답했다.

경력을 살리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청소, 요양보호, 단순 노무, 건설 현장, 배달 등 고강도·저임금 직종으로 이동한다. 장기 근무가 쉽지 않아 재취업과 실직이 반복되는 악순환도 이어진다.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니어 청소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니어 청소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민간 기업 연계는 난항…“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어렵다”

정부가 시니어 클럽, 복지관 등과 연계해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지만 대부분 1년 미만 단기 고용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단기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형 맞춤 일자리, 직업 재교육, 디지털·비즈니스 교육 등을 포함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장성시니어클럽의 차신규 관장은 “양질의 일자리와 개별 특화 일자리, 다양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연계형으로 지역 특화형 장기 일자리를 양성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기업들은 시니어 고용 시 교육 부담을 걸림돌로 꼽는다. 한 보험사 채용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 맨투맨 훈련에 긴 시간이 걸리면 리스크가 생긴다”면서 “교육이 너무 지연 되거나 따라오지 못하면 근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식 서비스 업계 관계자도 “기업은 변화에 대응해 신속히 업무를 처리할 직무 전문가를 원한다”면서 장기 고용에 따른 퇴직금과 안전 관리 부담 역시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부·지자체·기업 협력 구조 절실…디지털 격차 해소도 과제

전문가들은 시니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지자체·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진동수 교수는 정부가 직업 재교육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자체는 지역 공공시설 관리, 돌봄 서비스, 관광 안내 같은 지역형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민간기업 또한 체력 부담이 적은 업무 배치나 유연 근무제 같은 방식으로 연령에 맞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 공공근로 중심의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일→훈련→재취업→경력 유지’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 관계자는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야 노인분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데,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정보를 제때 얻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디지털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디지털 기기 활용에 서툰 고령층 대다수는 현수막이나 전단 같은 오프라인 정보에 의존하고 있어, 구인 정보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층 역시 자격증을 따는 등 구직 자격 요건을 갖추고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융업 관계자는 “지원자가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선발이 어렵기 때문에 비즈니스 매너 같은 것들을 배우면 좋다”고 권고했다. 택시 업체 관계자 역시 “청년 직원과 원활히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시니어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보다 어린 직원이 알려주면 명령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나이 차에 얽매지 않고 소통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18일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근처 모습. ⓒ투데이신문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18일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근처 모습. ⓒ투데이신문

세대가 융합된 노동 시장의 필요성

시니어 고용 확대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윤동열 교수는 “시니어 근로 소득 증가가 지역경제·세수·의료비 절감 등 선순환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노인 빈곤 완화, 노인 건강 수준 향상 및 사회적 고립 방지 역시 기대효과로 제시된다.

청년과 시니어의 협업은 조직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진동수 교수는 “젊은 세대는 새로운 기술과 빠른 적응력, 중장년층은 경험과 책임감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세대 간 조화를 이루면 기업과 사회 모두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젊은 인구가 줄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앞으로의 일터는 한 세대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짚었다.

청년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 우려에  윤 교수는 “상생의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가 현장 표준·안전·노하우를 전수하고, 청년은 디지털·자동화 역량을 지원하는 ‘쌍방 멘토링’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가 융합된 노동 시장은 생산성과 정착률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는 공정 분업으로 충돌을 줄이고, 공동 훈련 및 평가를 통해 성과를 공유하면 일자리 파이 자체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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