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산업의 오랜 병폐로 지적되어 온 '갑질'이 이제 금융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본부가 은행의 저금리 자본을 끌어들여 규제 울타리 밖에서 사설 금융업을 영위하고, 그 부담을 경제적 약자인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신종 수법이 드러났다. 유명 명륜진사갈비 가맹본부 '명륜당' 대표의 검찰 송치 사건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같은 금융 갑질을 '미등록 불법 대부'라는 민생 경제 범죄로 규정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본지는 이 사건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부가 어떻게 12개의 차명 법인을 동원해 대부업법을 우회하고 수백억 원의 자본 차익을 편취했는지, 그 지능적인 구조를 심층 해부한다.
저금리 자본의 '고금리 전환'
3단계 우회 대출 구조의 해부
명륜당이 구축한 불법 대부 구조는 금융기관의 '안정적인 저금리 자금'을 가맹점주의 '고금리 부담'으로 전환하는 치밀한 3단계 프로세스였다. 이 구조의 핵심은 ‘법인격 남용’을 통한 대부업 등록 의무 회피와 ‘금리 차익(Arbitrage)’ 극대화에 있었다.
자금 조달 단계: 은행의 저금리 자본 유치
명륜당은 이 금융 구조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활용했다. 본부는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명목으로 약 79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연 3%대 후반~4%대 초반의 저금리로 차입했다. 이 자금은 본래 가맹 사업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것이었으나, 곧 사설 금융업의 원천 자본(Funding Source)으로 전용됐다.
자금 우회 및 세탁 단계: 12개 차명 법인의 통로
조달된 저금리 자금은 명륜당 본부에서 점주들에게 직접 가지 않았다. 이는 가맹본부가 대부업 등록 주체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자금의 실질적인 흐름을 숨기기 위한 의도적인 '다단계 우회' 경로였다는 게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측의 주장이다.
첫째, 1차 우회: 명륜당은 791억 5000만 원을 특수관계인인 육류 도소매업체 A사에 연 4.6%로 대여했다. 둘째, 2차 우회: A사는 다시 가맹본부와 특수관계인인 12개의 등록된 대부업체에 801억 1000만 원을 동일하게 연 4.6%의 이자율로 대여했다.
이 중간 단계의 4.6% 금리는 명륜당의 조달 금리(~4%)와 근소한 차이만을 보였다. 이는 이들 법인이 독립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자금의 흐름을 분산시키고 등록 주체를 위장하는 통로 역할을 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대출 실행 단계: 가맹점주의 고금리 부담
최종적으로 12개 대부업체는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가맹점주들에게 총 831억 3600만 원을 대부했다. 가맹점주들에게 적용된 최종 금리는 연 12%에서 최대 15%에 달하는 고금리였다.
결과적으로 명륜당은 3~4%로 자금을 조달하여 12~15%로 대출하는 과정에서, 최소 8%p에서 최대 12%p에 달하는 대규모 금리 차익(Spread)을 확보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구조였다.
규제 회피 메커니즘: '차명 법인'의 실체
이 사건의 법리적 쟁점은 가맹본부인 명륜당이 '대부업 등록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등록하지 않은 가맹본부가 '실질적인 대부업의 주체'로서 영업을 영위했는지에 달렸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수사 결과 형식적으로 대부업 등록을 마친 12개 대부업체는 명륜당 이종근(60) 대표이사의 완벽한 지배 아래 있었다. 이 대표는 6곳의 지분 100%, 3곳의 지분 90%, 1곳의 과반 지분을 보유했고, 나머지 2곳은 이 대표의 배우자 소유였다.
12개 대부업체의 명의상 대표들은 명륜당의 전·현직 직원, 협력사 직원, 대표의 아내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전형적인 차명 경영 및 법인격 남용 수법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이를 두고 "가맹본부가 대부업 등록 없이 자회사를 통한 신종 불법 대부 영업을 한 최초 사례"로 규정했다.
그러나 명륜당 측은 "대부업 등록을 했고 법정 최고 이자율을 준수했다"고 반박하지만 , 법리적으로 볼 때 이는 핵심을 비켜간 주장이다. 대부업법 위반의 핵심은 미등록 주체인 가맹본부가 실질적인 통제와 이익 귀속을 통해 대부업을 영위했는가에 있다. 비록 12개 법인이 개별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그 법인들이 명목상의 존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통제권이 등록하지 않은 가맹본부에 있었다는 사실은 '무등록 대부업'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창업 지원'이라는 기만적인 명분을 앞세워
실상은 155억 원의 편법적 수익 구조였나?
명륜당이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불법 대부를 통해 편법으로 수취한 금액은 총 15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이자 56억 원과 대출상환금 99억 원으로 나뉜다.
특히 '대출상환금' 99억 원까지 편법 수취액으로 산정된 것은, 서울시가 이 다단계 구조 전체를 대부업법을 위반한 불법 금융 행위의 산물로 보고 대출 원금의 편법적인 회수 및 관련 금전 수취를 모두 부당 이익으로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명륜당 측은 "이익 목적이 아니라 예비 창업자의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장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3~4%의 조달 금리로 빌린 자금을 12~15%의 고금리로 되파는 행위는 경제적 진실성측면에서 순수한 '지원'으로 평가될 수 없다. 이 최소 8%p에서 최대 12%p에 달하는 금리 스프레드는 명백한 고수익 금융 포트폴리오 구축 행위다.
가맹점주는 본부가 제공하는 자금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기에, 본사가 이러한 종속적 지위를 악용하여 금융 이익을 취한 것은 상생 원칙을 위반한 약자 포식(Predatory Lending)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사법적 선례와 프랜차이즈 규제의 미래
명륜당 대표의 검찰 송치는 향후 프랜차이즈 산업에 중대한 규제적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갑질 규제는 주로 '거래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가맹본부가 금융 당국의 규제를 우회하여 가맹점주를 금융적으로 착취한 행위가 대부업법 위반이라는 중대한 민생 경제 범죄로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사법적 선례를 만들었다.
특히 명륜당이 사용한 '등록된 차명 법인'을 다수 활용하는 수법은 법망 회피의 지능화 수준을 보여준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불법 대부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는 만큼 고강도 수사로 엄중히 대처하고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부 행위 집중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규제는 단순 거래 행위를 넘어, 본부-점주 간의 금융적 종속성 및 금융화된 갑질 영역까지 감독을 강화할 전망이다. 가맹본부가 법인격 남용을 통해 편법적인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대부업법의 강력한 처벌 규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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