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급부상과 함께
혜성처럼 나타난 MSTR
2020년 8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에 불과했던 나스닥 상장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60)의 과감한 결단("비트코인과 같이 가겠다")과 함께 월스트리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보유한 초과 현금, 차입금(부채), 그리고 주식 발행 자금을 총동원해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매입한 MSTR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바꿨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 시장의 눈에는 극도의 변동성을 지닌 '비트코인 노출 차량'이 된 셈이다.
이러한 전환 결과 MSTR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에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MSTR은 소프웨어 기업이 아니라 비트코인 회사 자체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MSTR 주가 변동성은 비트코인 자체 변동성을 능가했을 정도다. 비트코인이 조금만 올라도 MSTR 주가는 폭등할 정도로 시장에서 반응했다. MSTR은 아예 전통적인 수익률 대신, 주주들에게 '주당 비트코인 보유량(BTC Yield)'의 성장을 핵심 성과 지표(KPI)로 제시하며 , 새로운 회사가치 평가의 기준을 앞세웠다.
조지 소로스가 주창한 성장 전략
'플라이휠 전략' 도입으로 재도약
마이클 세일러의 MSTR가 성장을 견인했던 동력은 이른바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다. 마이클 세일러는 이를 '크립토 리액터(Crypto Reactor)'라고 이름 지었다. 플라이휠이란 원래 관성의 힘으로 계속 회전하는 원반 모양의 자동차 엔진 기계 부품을 말한다. 바꿔말하면 '재귀성(Reflexivity)' 이론으로 자기 강화 순환 구조라고도 한다. 이런 플라이휠 모델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은 4단계로 이뤄진다.
1. 프리미엄 발생: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MSTR이 앞으로도 비트코인을 계속 축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매수에 나선다. 이로 인해 MSTR 주가는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순자산가치(NAV) 대비 훨씬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된다. 한때 이 프리미엄은 핵심 소프트웨어 사업 가치를 합친 NAV 대비 100% 이상을 상회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2.전략적 자본 조달: 이 고평가된 주식 프리미엄은 MSTR에게 효과적인 '자금조달' 역할을 했다. MSTR은 이를 활용해 ATM(At-The-Market)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규모 주식을 발행하고, 낮은 이자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2020년 12월 발행된 6억5,000만 달러(약 8,4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는 연이율이 0.750%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했다. 또한 210억 달러(약 27조 3,000억 원) 규모의 ATM 주식 발행 등 공격적인 자본 조달에 잇따라 성공했다.
3.공격적 BTC 축적: 조달된 자금은 지체 없이 비트코인 매입에 전량 투입돼 회사의 BTC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이 대규모 매입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도 기여하는 선순환적 인과 관계를 만들었다.
4.가치 증폭: BTC 보유량이 늘어나 '주당 BTC 보유량'이 증가했다는 MSTR의 서사는 다시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강화했고, 프리미엄을 유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이클 세일러의 이런 플라이휠 전략 덕분에 MSTR 주식은 2020년 8월 이후 비트코인 자체보다 2.8배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며 , 누적 수익률이 2,300%를 초과하는 등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규제가 낳은 독점적인 기업 형태에서
경쟁상품인 '현물 비트코인 ETF' 출현으로 고전
급격한 비트코인 가격 조정까지 겹처 추락 직전
그러나 이 플라이휠은 현재 작동을 멈추고 심각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STR 주가는 2024년 11월 사상 최고가 대비 60% 이상 폭락하는 등 극심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MSTR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암호화폐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에 의존했던 것이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없던 시절, MSTR 주식은 기관 투자자들이 복잡한 규제 없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2024년 1월 미국에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Spot Bitcoin ETF)가 승인되면서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투자자들에게 복잡하고 간접적인 MSTR 주식을 사는 대신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저비용의 효율적인 대안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같은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자, MSTR 주식에 내재되어 있던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소멸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기준 100%이상 상회하던 MSTR 주가 프리미엄은 이제 상당 부분 압축됐을 정도다. 더이상 플라이휠의 핵심 동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비트코인 시장의 가격 조정이 겹치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증폭됐다. MSTR의 레버리지 구조는 상승장에서 혜택을 주었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손실을 증폭시켜 최대 낙폭이 -81.1%에 달하는 극심한 하락을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단순히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혁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MSTR의 비트코인 도박' 종말론?
마이클 세일러의 플라이휠 전략이 멈춘 지금, MSTR의 장기 생존력은 재무 구조의 견고함에 달려 있다.
현재 MSTR은 82억 4,400만 달러(약 10조 7,172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 대부분이 전환사채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만기 때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므로 ,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도 즉각적인 강제 청산 위험은 매우 낮다. 마이클 세일러는 낮은 금리의 전환사채 발행과 75억 달러(약 9조 7,500억 원)에 달하는 기타 선순위 채권 발행을 통해 탄탄한 기관 자본 시장 경로를 구축하는 데 이미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의 동력이다. 더 이상 고평가된 주식을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MSTR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컨대 2025년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0.750%짜리 전환사채 등 부채 상환에 대한 현실적인 압박이 남아 있다. 주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채권자들이 주식 상환을 택할 경우,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MSTR은 현물 ETF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규제적 독점'이라는 황금기를 한순간에 마감했다. 이제 MSTR의 미래는 이제 비트코인 가격 상승 여부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으로 단순화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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