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인 2011년 11월 24일. 더 좋은 성적을 받아오라는 강요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남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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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그로부터 8개월 전인 3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A군은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뒤 시신을 8개월간 방 안에 두었다.
A군은 안방의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했지만, A군의 어머니와 별거했다가 집에 온 아버지가 이상한 악취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해 범행이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A군을 존속 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A군은 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당시 A군은 경찰에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인 다음날 학교에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000등을 한 것을 62등으로 고쳐놓은 게 들통나면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 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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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군은 평소 어머니에게 어마어마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A군은 어렸을 때부터 종아리를 맞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외고 입시에도 떨어진 직후에는 7번 아이언 골프채가 매로 변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한 A군은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했지만 오히려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라며 맞았다. A군은 다음 시험에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 1등을 했지만, 어머니는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이 날 정도였다.
어머니는 A군에게 “서울대 법대를 가라”,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A군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굶기거나 잠을 못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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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던 A군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와서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졌다. 당시 가장 최근 응시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A군은 3등급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결국 성적 위조에 손을 대기 시작한 A군은 범행 전날 어머니에 전국 62등으로 위조한 성적표를 보여줬다. 하지만 어머니는 칭찬 대신 “더 잘하라”는 말과 함께 A군을 엎드려 뻗치게 시키고 골프채로 체벌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판결문에는 “밤 11시경부터 그 다음날 오전 8시경까지 9시간 동안 1~2시간 간격으로 골프채로 40여 대씩 5회가량 체벌”이란 내용이 명시됐다.
재판에 넘겨진 A군은 2012년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국회의원 15명이 “A군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면에는 오랫동안 지속된 심각한 아동학대가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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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당시 법원은 A군이 그간 어머니로부터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오랫동안 성적 향상을 강요받으며 체벌에 시달려 온 점, 사흘 동안 잠을 못 자고 밥도 굶은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순순히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했다.
이후 2015년 출소해 성인이 된 A군은 현재는 결혼해 두 아이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tvN 방송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에 출연한 A군은 당시를 회상하곤 후회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A군은 “사실 어머니는 자기 기준에서 최고의 사랑을 주셨다. 그분의 모든 인생을 갈아 넣어 저를 키우셨다”며 “제가 진짜 후회되는 건 어머니께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며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눈물을 훔치며 “만약에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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