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의료계에서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열리는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 대상 연령을 조정하는 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20세 이상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이 검사는 결핵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결핵 발생률이 줄어든 상황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등장해왔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안은 40세 이상, 50세 이상, 65세 이상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으며, 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은 뒤 최종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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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은 사람은 약 8287만 명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폐결핵 진단자는 4539명으로 전체의 극히 일부였다. 진단율은 0.005퍼센트에 그쳤다. 반면 검사비는 5476억 원이 투입됐다. 결핵 조기 발견이라는 목적을 충족하기에는 투자 대비 진단 효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특히 결핵 발생률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다 흉부 엑스레이가 가진 한계까지 언급되면서 검사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했다.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축소를 찬성하는 쪽은 검사 효율성뿐 아니라 기술적 한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최용수 교수는 결핵 발생이 감소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전 연령에게 일괄 검사를 제공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흉부 엑스레이는 민감도 자체가 높지 않아 실제 결핵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검사 대상을 고위험군 중심으로 재편해 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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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소에 반대하는 주장도 상당하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흉부 엑스레이가 결핵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그는 종격동 종양처럼 증상이 거의 없어 우연히 발견되는 질환이 꾸준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명 이상은 흉부 엑스레이로 종양을 발견한 뒤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대상을 줄이면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놓칠 수 있으며, 비용 대비 효과는 사회가 어느 정도 비용을 감수할지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며 섣부른 축소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고위험 직종 종사자에게는 연령과 상관없이 검사를 유지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다만 어떤 직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할지, 어떤 질환을 기준으로 삼을지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검진의학회 안창수 수석이사는 흉부 질환은 종류가 다양하고 위험도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직업군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위험성과 검진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세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회의에서 의료계와 관련 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결핵 발생 감소에 따라 기존 검진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우연 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면서 논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는 국가검진의 방향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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