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2010년 작품
<마루 밑 아리에티>
는 익숙한 세상을 낯설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마법을 지닌 애니메이션이다. 영국의 동화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의 집 마루 밑에서 살며, 인간의 물건을 빌려 쓰는 소인족 소녀 아리에티다. 소인족에게 인간의 집은 광활하고 위험한 미지의 세계다. 각설탕 하나를 얻기 위한 여정은 거대한 등반이며, 핀은 칼이 되고, 휴지는 침대가 된다. 감독은 이 과정을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담아내며, 관객에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물건들이 가진 경이로운 디테일을 재발견하게 한다.
아리에티는 아버지와 함께 첫 번째 빌리기에 나서지만, 우연히 심장병으로 요양 차 이모 집에 온 인간 소년 쇼우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킨다. 소인족에게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는 것은 곧 멸종을 의미하는 금기 사항이다. 이들의 만남은 두 종족이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소수자와 다수자의 관계를 은유한다.
아리에티와 쇼우의 관계는 영화의 핵심적인 감동을 만들어낸다. 쇼우는 외로움과 시한부 삶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아리에티의 작고 용감한 존재를 보며 희망과 활력을 얻는다. 아리에티 역시 거대한 인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쇼우와의 비밀스러운 교감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특히 아리에티가 자신의 정체를 알면서도 쇼우를 돕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가족과 함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장면은 성장과 이별의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다. 그들의 짧은 우정은 존재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으며, 서로를 향한 진심만이 세상을 연결한다는 지브리 특유의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루 밑 아리에티> 는 소인족의 사라져가는 운명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잊히고 소외되는 것들에 대한 은은한 시선을 보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빌릴 뿐이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다. 마루>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보다 작거나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와, 우리가 사는 이 평범한 세상이 얼마나 기적적인 디테일로 가득 차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아리에티의 삶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는 크고 웅장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발견과 용기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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