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민주당, 청류파는 야당인 국민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였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때는 건안(建安) 30년, 겨울의 초입. 중원의 패자(覇者)인 조조(曹操, 명재이)는 국내의 소란과 정쟁을 잠시 뒤로 하고, 먼 남방의 오지(奧地), '만국회맹지(萬國會盟地)'라 불리는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 산채에 당도하였다.
그가 떠나온 중원, 즉 대한제국 조정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조조가 이끄는 탁류파(濁流派)는 국정을 장악했으나, 예전 청류파(淸流派)의 지지를 등에 업었던 옛 황제 손권(孫權, 열석윤)의 그림자는 아직 서책과 역사에 깊이 드리워 있었다. 청류파 대신들은 매일같이 조조의 외교 행보에 흠결을 찾으려 눈을 부릅떴으나, 조조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천하의 대계(大計), 즉 대한제국의 판도를 세계로 넓히는 것에 있었다 .
이 만국회맹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터라, 조조는 이곳을 발판 삼아 중원의 영향력을 '남방의 땅(글로벌 사우스)'으로 확장하려는 원대한 뜻을 품고 있었다.
이날, 조조는 서쪽 대국(西國, 프랑스)의 유수도독(留守都督)인 마크롱을 회담장으로 맞이했다.
조조는 마크롱 도독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
"도독이시여, 우리 두 나라는 이미 특별한 관계이긴 하나, 나는 오늘 이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를 천년지계의 '전략적 동반자 맹약(戰略的 同伴者 盟約)'으로 한 단계 더 격상하고 싶소."
조조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금의 역사를 읊었다.
"옛날, 서국의 대혁명이 천하의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듯이, 우리 대한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그 기상이 큰 영향을 주었소. 또한, 우리 대한제국이 남쪽 오랑캐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서국이 파병하여 지원해 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소."
이는 단순한 치하가 아니었다. 맹약을 맺을 역사적 정당성과 대의명분을 천하에 선포하는, 조조 특유의 정략이었다.
서국 도독 마크롱은 조조의 깊은 뜻을 간파하고 쾌히 화답했다.
"조조 대왕의 따뜻한 말씀과 내년 국빈 초청에 감사하오. 마침 내년은 양국이 국교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니, 반드시 중원으로 건너가 맹약을 굳건히 할 것을 계획해 보겠소."
마크롱 도독의 다음 발언은 실로 날카로웠다. 그는 맹약을 맺을 구체적인 기술적 이해관계를 조목조목 따져 들었다.
"수교 기념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논의할 다양한 의제들이 산적해 있소. 안보(安保), 양자(퀀텀) 기술, 인공지능(AI)과 우주, 그리고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신물(新物)의 기밀 기술 분야에서 우리는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오."
이는 곧,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좌우할 첨단 무예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자는 '기술 동맹'의 청사진이었다. 중원의 약점인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방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조조의 계책이 마크롱 도독의 강력한 의지와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마크롱 도독은 특히 우크라이나 등 서국에게 핵심 사안에 대해 조조가 "명백하고 일관성 있는 공약"을 유지해준 점에 깊이 감사하며 , 국제 현안에 대한 암묵적인 안보 공조까지 확인해 주었다. 이로써 조조는 서국이라는 강력한 외교적 지지대를 확보함으로써, 중원 내 청류파의 내치 간섭을 일축할 명분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조조는 서국과의 맹약을 맺은 뒤, 만국회맹의 첫 세션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일상(New Normal)이 된 지금,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회복하여 예측 가능한 무역 질서를 세워야 하오. 또한, 남방 오지의 개도국들이 과도한 부채의 짐을 지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부채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오."
이는 조조가 대외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의 경제적 어려움을 국제적 리더십으로 돌파하려는 실리외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지막 날, 만국회맹이 폐막하며 조조는 천하에 또 하나의 대사를 알렸다.
2028년, 대한제국이 만국회맹의 의장국(議長國)을 수임하게 된 것이다.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조조는 문득 속으로 생각하였다. '청류파와 손권은 중원 안에서 끝없는 비방과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하려 하지만, 나는 이미 서국 도독과의 맹약을 통해 천하의 기술과 안보를 확보하였고, 2028년에는 내가 의장으로서 천하의 대세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하하! 이로써 대한제국의 미래는 이미 나의 손안에 있다.'
조조의 외교적 승전보는 탁류파의 입지를 강화하였고, 청류파의 입은 순간적으로 봉해졌다. 고금의 지혜가 말해주듯, '군자는 기회를 잡고, 소인은 기회를 놓친다.' 조조는 남방 오지에서 기회를 낚아챈 진정한 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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