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창구가 잇따라 닫히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상당폭 초과한 만큼, 추가 취급을 최소화하려는 은행권의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잔액은 올해 들어 총 7조8953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모두 자체 설정한 총량 목표를 넘어섰으며, 초과율은 은행에 따라 최소 9.3%에서 최대 59.5%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을 NH농협은행까지 확대해 5대 은행으로 보면,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가계대출 증가액(1조8000억원)이 목표치(2조1200억원)에 못 미쳐 상대적으로 총량 관리 여력이 남아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다수 은행들은 연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 취급 축소·중단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동시에 다른 금융기관 대출을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행 대환대출(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신규 접수를 멈췄다. 대면 영업점에서도 오는 24일부터는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접수가 중단된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안에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신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조만간 비슷한 방식의 가계대출 취급 축소 또는 중단 방안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보다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5270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도 7월(1335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1조1062억원 늘어 전월 증가 폭(1조6613억원)보다는 작지만, 일평균 증가 속도(553억원)는 전월(536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조3843억원 급증해, 월말까지 열흘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권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계약금·중도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국내외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도 신용대출 증가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문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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