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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7조 늘던 주담대, 11월 1조도 안돼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611조 7523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608조 9848억원, 10월 610조 6460억원에 이어 증가 폭이 계속 줄어드는 흐름이다. 6월 한 달에만 5조 7000억원 넘게 늘던 주담대가 11월에는 월 1조원도 채 증가하지 못한 것으로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에 맞추기 위해 은행권이 사실상 강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결과라는 평가다.
전세대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9월 123조 6915억원에서 10월 123조 1644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11월 20일 기준 123조 3359억원으로 사실상 정체됐다.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대출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포함 가능성 논란이 맞물리며 전세거래 자체가 위축된 데다 일부 은행이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실수요자의 체감 난도 더욱 커지고 있다.
대부분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한도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시중은행은 속속 연내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 문고리를 걸어 닫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채널은 이달 22일부터, 영업점은 24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담대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타행에서 KB로 갈아타는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대환도 같은 날부터 제한하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KB스타 신용대출 Ⅰ·Ⅱ’) 역시 22일부터 신규 취급이 멈춘다. KB국민은행 측은 “연말 가계여신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이다”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연내 실행분은 예외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이달 25일부터 올해 실행하는 주담대·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전면 제한한다. 앞서 대출모집인 채널을 차단한 데 이어 영업점 창구까지 닫히면서 사실상 ‘연말 셧다운’을 공식화했다. 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비대면 주담대 역시 하루 취급량이 정해져 있어 소진 임박 우려가 크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하반기 대출증가 목표치 7.2조 →3.6조
은행권의 조기 마감은 특정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 7조 2000억원에서 절반인 3조 6000억원으로 낮추며 총량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올해 초 은행이 자체적으로 세운 연간 계획을 초과한 곳에는 내년도 총량을 더 축소하는 페널티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은행은 연초부터 분기별로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했지만 10·15 대책 시행 이전 체결된 주택거래가 연말 집계에 반영하면서 증가율이 다시 튈 가능성을 우려해 결국 ‘연말 마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총량 규제를 숫자를 맞추는 방식의 관리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집단 마감은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지만 실수요자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잔금일이 연말에 몰리면 갑자기 대출 실행이 막혀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가 목표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제한되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도 부담이 된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전반에서는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공급자 중심의 총량관리 방식이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거래가 막히고 대출도 막히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은 중요한 목표지만, 규제 설계가 현재 시장 상황과 맞는지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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