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초한 비계량 평가 논란[데스크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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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자초한 비계량 평가 논란[데스크의 눈]

이데일리 2025-11-23 17:22: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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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금융부장]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롯데손보는 곧바로 적기시정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과정에 선보인 즉각적인 조치와 매서운 반응, 이에 반발한 보험사의 대처는 낯설고도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충돌로 보기에는 속사정이 복잡하고 불편해 보인다.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이유는 자본적정성 부문에서 4등급(취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의 건전성 개선에도 유예 없이 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 금융당국의 결정에 금융권은 충격을 받았다. 보험사가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건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규제 수준인 100%를 밑돌 때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조치를 유예하곤 했다. 롯데손보의 올해 3분기말 지급여력비율은 141.6%로 정부의 권고치인 130%를 웃돌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쟁점은 ‘비계량(정성적) 평가’다. 당국은 정량 평가인 계량 평가에선 기준을 충족했지만 비계량 평가를 근거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했다. 비계량 평가 때문에 보험사가 경영개선권고 명령을 부과받은 것은 지난 2007년 보험업계에 RAAS(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 도입이래 최초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계량 평가 60%, 비계량 평가 40%로 이뤄진다. 롯데손보는 계량 평가에서 합격선인 3등급을 충족했다.

당국은 롯데손보가 지난 2021년 적기시정조치를 한 차례 유예받은 전력이 있고 당시 지적받은 사안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롯데손보 대주주와 경영진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사의 자본은 양(RBC·K-ICS 비율)이 아닌 질(기본자본 비중)을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이번 당국의 조치 역시 보험사 자본의 ‘질적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국이 롯데손보의 비계량 평가 4등급 사유 중 하나로 꼽은 ‘자체 위험과 지급여력 평가 체계(ORSA) 도입 유예’에 대해 롯데손보도 전면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 등 제도 도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브리핑 당시 한 기자가 ‘괘씸죄’를 물었다고 한다. 비계량 평가는 금융당국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당국은 특정 회사를 ‘찍어낸’ 조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당국에 밉보인 롯데손보에 대해 괘씸죄 의혹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기시정조치 이후 롯데손보는 자본시장과 영업현장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시장과의 소통 등 준비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각 사 고유의 경영방식의 효율성을 ‘비계량 지표’를 통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당국과 보험사 간 왕성한 의견 교환은 필수다. 이번 롯데손보의 사례에서 당국은 과연 비계량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충분히 밟았는지 묻고 싶다. 부족했다면 어떤 기준으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것인지 비계량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보험사에 위험성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단계적 접근을 통한 유예 방안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국의 협량한 조처가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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