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국, 강남 대형치과 의혹 조사…전현직 직원들 추가 폭로
노동부, 익명제보로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 확인…오는 24일부터 특별감독 전환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옥성구 기자 =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배상하라고 해 논란이 된 강남 대형 치과에 대해 노동 당국이 근로감독에 나섰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은 20일 이 병원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이른바 '위약 예정'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위약 예정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어길 경우 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한다. 이 치과는 퇴사를 한 달 전 통보하지 않으면 한 달 월급 절반을 배상한다는 약정을 채용 시 강요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치과에 근무한 직원들은 연합뉴스에 위약 예정 의혹뿐 아니라 불법적 초과 근무와 괴롭힘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대표 원장이 단톡방 등에서 욕설하거나, 몇 시간씩 벽을 보고 서 있는 면벽 수행, 잘못을 A4 용지에 적는 반성문 벌칙 등을 줬다는 주장이다.
직원 A씨는 연합뉴스에 "전날 밤 11시에 퇴근하면 (일찍 퇴근해) 기분이 상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불러 3시간씩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A4 용지 한 장에 60줄씩 잘못을 빽빽하게 적는 '빽빽이'를 5∼6장씩 내게 했다"고 했다. 퇴사한 B씨도 "'빽빽이'가 대표 원장 책상 서랍에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B씨는 "새벽에도 환자 불만 관리나 상담 내용 정리 등을 지시하고 답장하지 않으면 욕을 먹었다"고 말했다. 역시 퇴사자인 C씨는 "밤늦게 직원들을 모아서 소리를 지르며 공포감을 조성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번 근로감독을 하루 앞두고도 대표 원장이 직원들에게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상한인)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가 이뤄지거나 휴게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 서명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치과 측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병원 쪽에 문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민석 노무사(노무법인 대건)는 "근로감독을 받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용자가 많고, '안 걸리면 장땡'이라는 풍토가 있다"며 "당국이 확실한 제재를 가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감독 과정에서도 위약 예정 이외 사항에 대한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다. 근로감독관은 추가 조사를 통해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을 확인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노동부는 이에 오는 24일부터 특별감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감독관 7명으로 구성된 감독반을 편성하고,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위약 예정 계약은 노동시장 진입부터 구직자의 공정한 출발을 헤치는 것이므로 결코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며 "제보 내용 등을 포함해 각종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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