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사납금제 적발 과태료 처분…법제도 개선 논의는 더뎌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서울 법인택시 10곳 중 7곳이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도입 후 5년이 다 되도록 제도가 유명무실한데도 노사정 차원의 법제도 정비는 진전이 없어 관리 의무가 있는 시로선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씨 분신사망 사건을 계기로 2023년 11월 착수한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전수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그 결과 전체 252개사 중 173개사(68.7%)가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173곳 중 75곳은 '성과급여를 임금명세서에 포함해 지급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겼고, 4곳은 '월 기준금 미달 시 부족분을 택시기사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령을 위반했다.
94곳은 두 법령을 모두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139개사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했으며 나머지 34개사도 곧 처분 예정이다.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천만원, 3차 위반 시 1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날부터 1년 이내에 다시 3회 이상 위반한 경우 감차(減車)명령 처분이 내려진다.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회사로부터 택시를 배정받는 대가로 매일 십수만원의 사납금을 내는 대신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매월 고정급을 받는 제도다.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거쳐 2020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서울에서는 2021년 1월부터 주 40시간 이상 근로를 기본으로 하는 법인택시 '월급제'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러한 제도가 안착하지 못했다. 택시회사의 경우 저성과자 기사에게도 고정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기사는 각종 과세와 간접비 부담 등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감소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영업시간과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일명 '변형 사납금제'가 횡행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방씨는 2023년 9월 임금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분신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열흘 만에 숨졌다.
서울시는 전액관리제 위반 행위를 최대한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체와 기사 대부분이 불만이 커 사납금 방식을 유지하는 데다 노사 합의 사항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어 제도 자체가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과태료 처분이 완료된 서울 법인택시 139개사 중 101개사는 행정처분의 정당성을 따지겠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내년 8월 월급제 전국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택시 노사가 구성한 '택시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쟁점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 짓고 최근 국회에 공을 넘겼다.
하위 10%의 저성과자와 신규 입사자에 한해 일부 예외를 두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합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보합제를 시행하되 계약 내용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법이 개정돼야 파트타임 근무제 등 좀 더 유연한 근로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