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발간…경청의 리더십 역설
"남의 도움 받는 것도 자산…사람에게 신실하게 대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어려운 순간에 포기했으면 지금까지의 여정도 없었겠죠."
책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발간을 계기로 지난 18일 찾은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사무실은 양재천 산책로가 눈앞에 펼쳐져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쪽 벽 전체가 세계적 기업인과 정치인, 유명인들로부터 받은 선물과 기념패로 빼곡한 모습은 권 전 부회장이 평사원으로 시작해 LG그룹을 대표하는 경영인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임을 실감하게 했다.
그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장 시절 게임 사업의 실패, 해외 출장 중 일방적 인사 발령, 경험도 없는 배터리 사업을 갑작스레 맡아야 했던 일까지, 권 전 부회장은 자신의 첫 저서에 성공 이면의 고난과 역경을 자세히 담았다.
그도 가슴 한편에 묻어둔 사직서를 던질 뻔한 적도 있었다. 최고경영자(CEO)로 처음 발령받은 LG디스플레이가 적자 늪에 빠져있을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퇴근 후 집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권 전 부회장은 "어려운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해결하려 했다"며 "때로는 극복했고, 극복하지 못해도 배움의 기회가 됐다"고 떠올렸다.
또한 "포기했으면 지금까지의 여정도 없었을 것"이라며 "어려움도 하나의 기회다. 그를 통한 배움이 없었으면 성숙한 인간도 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LG디스플레이는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중국, 일본, 대만 경쟁사를 모두 물리치고 세계 시장 1위에 올랐다.
권 전 부회장은 그런 성취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LG화학 시절 배터리에 생긴 문제를 한 달 내 해결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진 상황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도움으로 난제를 풀어낸 일은 화학 사업을 모른다는 그에 대한 평가를 뒤집는 계기가 됐다.
양극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일본 니치아 화학 회장과 쌓은 친분이 돌파구를 만들었다.
니치아제 양극재로 만든 배터리로 폭스바겐 물량을 수주했고, LG화학은 이를 발판 삼아 2014년 수주 잔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집무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붙어 있는 글귀 '하늘이 돕고 있으니 사람에게 신실하게 대하면 이로운 일만 생길 것이다'의 참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권 전 부회장은 "자기 실력뿐 아니라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자산"이라며 "제 장점이 남의 도움을 잘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선 존중과 배려, 경청의 리더십이 필수라고 권 전 부회장은 짚었다.
그는 "과거식 강한 리더십으로는 이제는 혁신과 창조가 불가능하다"며 "똑똑한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100%를 넘어 120%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라는 책 제목처럼 그동안 자신이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투자·컨설팅 기업 뉴웨이브원을 창립한 것도 벤처기업의 성장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인터뷰 전에도 광학 렌즈를 만드는 회사 경영자가 찾아와 조언을 구하고 돌아갔다.
권 전 부회장은 "책을 쓰는 동안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 분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추억하며 행복했다"며 "지금 이렇게 벤처의 성장을 돕고 어려운 이들에게 멘토가 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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