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현금 부자 기업' 광무
순식간에 무너진 매출이 화근
'경영권 분쟁' 발생한 스토리
기업 사냥꾼이 붙은 걸까?
행동주의 주주 공격일까?
실적은 곤두박질치는데 금고에는 1000억 원의 파생상품 수익이 쌓여있다. 코스닥 상장사 광무가 전형적인 '현금 부자' 역설에 빠지면서 고강도 행동주의 주주 공격에 직면했다. 분쟁의 핵심은 현 경영진의 무능을 지적하는 동시에, 450억 원 자사주 매입과 500억 원 자본준비금 감소를 통한 대규모 현금 배당을 요구하는 '캐시 익스트랙션(Cash Extraction) 설계도'다. 캐시 익스트랙션이란 기업의 자금이나 자산을 개인이나 특정집단에 배당, 저가 매각 등의 방법으로 이전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더 나아가 전(前) 최대주주와의 150억 원대 거래가 상법상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법정 다툼의 도화선이다.
‘현금부자’의 역설: 실적 악화가 부른 행동주의
광무의 경영권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현 경영진의 실책에서 시작됐다. 2022년 782억 원의 매출과 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유지했던 광무는 불과 1년 만인 2023년, 매출액이 65억 원으로 91.7% 급감하고 영업손익은 -4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본업이 사실상 붕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4년 상반기 연결 실적 역시 매출 39억 원, 영업손익 -22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행동주의 주주 그룹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가장 강력한 명분은 바로 이 처참한 실적 부진이다.
현 경영진은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이피캠텍의 지분을 10.77%까지 확대하며 신성장 동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 현재까지 이차전지 관련 매출은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광무가 단순한 '적자 기업'에 머물지 않고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배경에는 ‘영업외 수익’이라는 복잡한 재무적 특수성이 존재한다. 광무는 2023년, 엔켐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무려 1,042억 원의 막대한 순이익을 기록하며 외형적으로 '현금 부자' 지위를 확보했다. TRS란 증권사가 기초자산(주식,채권,부동산 등)을 매입하고 모든 수익(이자,배당,자본이득 등)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방식의 거래이다.
이 파생상품의 거래 구조를 보면 '총수익 매도자'는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매수자에게 자산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넘기고, 대신 매수자로부터 약정된 고정 수수료나 이자를 안정적으로 받는다. 반면 '총수익 매수자'는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해당 자산의 경제적 성과를 가져가며, 자본 없이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활용해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TRS 계약은 자산 보유자와 성과를 가져가는 투자자 간 위험과 수익을 교환하는 계약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경영권 확보, 레버리지 투자 등에 활용된다. 다만 투자자는 기초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기 때문에 신중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광무는 이런 특이한 파생상품의 '총수익 매수자'로서 수익을 크게 내 본업의 부실을 가리고 대규모 이익잉여금 및 자본준비금을 쌓는 근원이 됐다는 얘기다.
결국, 과거 복잡한 재무 거래를 통해 확보한 이 막대한 현금 자산이 실적 악화에 분노한 주주들에게 ‘주주 환원’이라는 공격 명분을 제공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매년 악화되는 광무의 재무상태를 보면....>매년>
| 구분 | 2022년 (연간) | 2023년 (연간) | 2024년 상반기 (연결) |
| 매출액 | 782억 원 | 65억 원 | 39억 원 |
| 영업손익 | 24억 원 (흑자) | -47억 원 (적자) | -22억 원 (적자) |
| 당기순이익 | N/A | 1,042억 원 | N/A |
분쟁의 화약고: 수상한 150억 거래와 최대주주에 신용공여 의혹
이번 경영권 분쟁의 성격을 단순한 지분 대결을 넘어선 '법적 리스크'로 격상시킨 핵심 쟁점은 과거 최대주주 관련 거래의 투명성 논란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광무가 前 최대주주인 아틀라스팔천으로부터 중앙첨단소재 지분 150억 원어치를 매입한 거래가 있다. 아틀라스팔천은 엔켐의 오정강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이 거래와 TRS 계약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동주의 주주 측은 이 거래가 사실상 전 최대주주에 대한 우회적인 자금 지원, 즉 상법상 금지된 주요 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현 경영진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가 주요 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본시장 업계는 이 거래의 성격이 '특정인 지원 목적'을 가졌는지,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향후 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지분 전쟁의 전장: '안정론' vs. '현금 환원 극대화'
광무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최대주주인 협진 및 현 경영진 측과, 이학영 씨를 중심으로 결집한 행동주의 주주 그룹 간의 치열한 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 경영진/최대주주 측은 협진의 지분율 26.2%에 우호 지분을 합쳐 약 30%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차전지 신사업 강화를 위한 이피캠텍 지분 인수 등 장기 성장과 안정적 경영 유지를 주요 방어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경영권 분쟁을 공식 제기한 핵심 주체인 이학영 씨는 법인 비홀드인베스트와 함께 초기 5%대 지분을 기반으로 소송을 시작했으나 , 실적 부진에 실망한 소액주주들이 결집하면서 현재 총 10.33%에서 17% 수준까지 세력을 규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행동주의 그룹은 총 20% 이상의 지분 확보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동주의 주주 측이 주주들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내세운 안건은 ‘현금 환원 극대화’ 전략이다. 이들이 요구한 핵심 안건은 다음과 같다 .
45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자본준비금 500억 원 감사
특히 이 대목에서 '자본준비금 감소 요구'는 단기적인 현금 활용을 노린 재무 전략이다. 광무는 2분기 말 기준 1,02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 이를 감소시킬 경우 주주 배당 등 직접적인 현금 환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종 승부처: 법원의 임시주총 '가처분' 심판
이 싸움의 1차 승패는 법원에서 갈릴 전망이다. 행동주의 주주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고, 동시에 현 경영진이 11월 28일로 예정한 임시주총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는 분쟁의 초기 동력과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법원이 행동주의 주주 측의 손을 들어 별도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하거나, 사측 주총 개최를 막는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지분 대결의 무게추는 크게 이동할 수밖에 없다.
또한 법적 쟁점인 중앙첨단소재 거래의 신용공여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간접적으로 주총 결과와 현 경영진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2019년 이후 5차례) 으로 인해 이미 시장과 주주 간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 법적 리스크까지 현실화된다면 현 경영진은 더 이상 방어 논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 광무]는 1972년 케이디씨상사로 설립돼, 1991년 케이디씨정보통신으로 법인 전환 후 1996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유무선 네트워크, 시스템 통합(SI), 장비 임대, 전산망 관리 솔루션 제공이며, 반도체 유통과 이차전지 소재·화학제품의 유통, 제조,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이피캠텍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고 2차전지 첨가제 생산도 추진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생산 시설 확충과 스마트팩토리 기반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조직 효율화와 신규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한마디로 광무는 IT와 네트워크 사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 분야 등 신사업으로의 성공적 피벗(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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