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로코는 만남의 이유부터 달라졌다. 사랑을 목적으로 만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집이 필요해서, 사정이 있어서, 혹은 신분을 바꾸기 위해 손을 잡는 남녀가 눈에 띈다. 철저한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가짜 연인·위장 부부·계약 결혼이 어느 순간 ‘진짜 감정’으로 전환되는 서사. 최근 방영작과 기대작들을 보면, 이 ‘선목적→후사랑’ 공식이 K-로코의 가장 강력한 서사 엔진으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주메리미〉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 스틸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 스틸
최근 9%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는 K-로코가 사랑해온 공식들을 총집합한 작품이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설정은 바로 ‘경품으로 당첨된 최고급 신혼집’을 얻기 위한 위장 부부이다. 낯익지만 여전히 유효한 ‘계약 부부’ 서사다.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 스틸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 스틸
결혼식도 전에 이혼녀가 된 데다 전세사기까지 덮친 유메리(정소민)는 절박한 상황에서 백화점 경품 당첨이라는 기적 같은 행운을 맞는다. 단, 조건은 ‘신혼부부만 입주 가능’. 결국 우연히 만난, 전 남편과 이름이 같은 김우주(최우식)와 손을 잡으며 ‘목적형 관계’가 시작된다. 처음엔 조건, 이후엔 사건들, 그리고 결국엔 로맨스. K-로코가 견고하게 쌓아온 ‘선목적→후사랑’의 전형적인 흐름이 가장 잘 드러난다.
〈키스는 괜히 해서〉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스틸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스틸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역시 이 공식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혼자 제주도로 떠난 고다림(안은진)은 우연히 공지혁(장기용)을 만나 각자의 이유로 연인 행세를 하게 되고, 얼결에 첫 키스까지 나누며 관계의 스위치를 켠다. ‘위장 연인’이 극의 중심은 아니지만,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스틸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스틸
이후 생계를 위해 ‘애엄마 위장 취업’을 하게 되는 고다림과, 그런 그녀에게 마음이 깊어져 가는 팀장 공지혁 사이의 속앓이 로맨스가 본격 펼쳐진다. 4%대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2주 만에 6%대로 상승,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천원짜리 변호사〉 김재현 감독과 〈쌍갑포차〉 하윤아 작가가 의기투합한 14부작 드라마로, 지난 11월 12일 첫 방송됐으며 매주 수·목 밤 9시에 방송 중이다.
〈21세기 대군부인〉
MBC 새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역시 ‘목적 기반 관계’의 변주를 담고 있다. 21세기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평민 신분’만큼은 늘 마음에 걸리는 성희주(아이유)와, 왕의 아들이지만 어떤 것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이안대군(변우석)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계약 결혼에 돌입한다. 평민 탈출 vs 재력 확보. 출발은 철저한 이해관계지만, 결국 서로의 서사를 뒤흔드는 감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선정된 유아인 작가의 작품이며, 〈막돼먹은 영애씨〉, 〈식샤를 합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 등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6년 상반기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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