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이크핫 3부작 묵묵히 잘 쓴 르세라핌…"도쿄돔 입성, 팀 복원력 보여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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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이크핫 3부작 묵묵히 잘 쓴 르세라핌…"도쿄돔 입성, 팀 복원력 보여준 순간"

모두서치 2025-11-22 13:27: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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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K-팝 신에서 과거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아를 강화하는 서사화에 가장 어울리는 그룹이 '르세라핌(SSERAFIM)' 외 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턱 막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의 근원을 외부에서 찾아 이를 비관하기 보다, 이를 어두운 터널 속 자신으로 치환해 팬덤 '피어나'와 연대해 마침내 빛을 보고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인내하기. 이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데뷔 3년6개월 만에 일본 콘서트업계 성지인 도쿄돔에 입성해 이틀 간 8만명을 끌어모은 르세라핌을 보면서 든 확신이다.

르세라핌은 태생부터 두려움에 직면한 그룹이다.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으로 빚어낸 팀 이름의 속뜻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부터 그렇다.

그런데 초창기에 이런 콘셉트가 다소 인위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왔다. 이들의 탄생 조건이 두려움과 거리가 먼, 당당함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었다. 본래 6인조였다가 전 멤버가 데뷔부터 구설에 휘말리며 쉽지 않은 신고식을 치른 르세라핌은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가 하이브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뒤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이었다. 이를 이유로 하이브 레이블 쏘스뮤직에 속한 멤버들은 단기간에 역량·매력을 확인 받아야만 하는 수많은 상황에 직면했다.

 

르세라핌의 곡절(曲節)엔 또한 만만치 않은 멤버들의 곡절(曲折)이 녹아들어갔다. 일본 걸그룹 'HKT48'로 데뷔해 'AKB48' 사단 활동을 함께한 뒤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로 재데뷔했고 또 르세라핌으로 세 번째 데뷔를 한 사쿠라, 울림 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아이즈원을 거쳐 쏘스뮤직에 합류한 뒤 르세라핌 리더로 재데뷔한 김채원, 아이즈원이 결성된 엠넷 걸그룹 오디션 '프로듀스 48'에서 최종 멤버로 뽑히지 못하고 미국에서 대학 입학 준비를 하며 가수의 꿈을 한 때 접기까지 한 허윤진,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며 발레리나를 꿈꿔 K팝 업계 시스템이 낯설기만 했던 일본인 멤버 카즈하, 짧은 연습생 기간에도 마지막에 팀에 합류한 홍은채까지. 다섯 멤버는 각각의 배경에서 오는 오해와 편견과 부담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피어리스')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안티프래자일') "힘없이 늘 져야만 했던 싸움"('언포기븐') 이른바 '독기 3부작'은 필연적이었다.

이후 르세라핌은 이 독기를 결기로 바꿔나간다. "다친대도 길을 걸어 키스 미(kiss me)"('이지'), "몰라, 육하원칙 따윈 제길, 난 그런 재질"('크레이지')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 재가 된대도 난 좋아"('핫') 이른바 '이크핫'(이지·크레이지·핫) 3부작에선 독을 빼고 자신을 긍정하는 기개를 보여줬다. 특히 이들 무대에선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당신들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대의 가능성'을 던져줬다. 단호할 수 있는 메시지에 세련된 장르 문법을 도용해 숨 쉴 수 있는 화법을 부여한 건, 산전수전을 겪어 독함으로 무장했지만 그 만큼 여유도 갖춘 멤버들이 주축이 된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스파게티(SPAGHETTI)'는 묘수가 됐다. 르세라핌의 위트와 재기발랄함을 증명하며 화제가 된 타이틀곡 '스파게티(SPAGHETTI)(feat. j-hope of BTS)'의 휘감기는 무대는 르세라핌과 K-팝 세계관의 넓이였다.

특히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무대가 유혹적인 이유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나열해서가 아니다. 명쾌한 동시에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왜 이 노래가 좋고 어떻게 좋은지를 무대 자체로 설명한다. 미학적으로는 완전하지만 메시적으로는 다소 불투명한 K-팝을 유희적으로 빨리 전환시킨 멤버들의 매력이 돋보였다.

'스파게티'에 함께 실린 팬송 '펄리즈(Pearlies)(My oyster is the world)'는 자기 긍정 혹은 자족의 방점이다. 이 곡은 데뷔 앨범 수록곡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The World Is My Oyster)'와 연결됐다. 진주를 쟁취하겠다는 각오만 다지는 게 아닌,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만들어가는 가치 자체가 진주라는 믿음을 내세운다. 진주를 만드는 동안 자신들을 지켜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앞으로는 자신들이 그들을 지켜주겠다는 다짐이다. 이제 진주가 밖으로 나온다. 르세라핌은 도쿄돔 입성이 정점이 아닌 새 챕터의 시작이라고 했다.

 

장준환 대중음악 평론가는 르세라핌에 대해 "완성형을 추구하는 일반 K-팝과는 달리 끊임없이 시련에 부딪히며 헤쳐 나가는 서사를 강조했고, 이는 노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일본 아이돌 시장의 선호도와 맞물려 그룹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확립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봤다.

르세라핌은 내년 1월31일~2월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앙코르 인 서울(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ENCORE IN SEOUL)'을 열고 이번 투어의 결정판을 선보인다.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아시아, 북미 등 19개 도시에서 총 29회 공연을 펼친 투어의 피날레다.

다음은 도쿄돔 입성을 기점으로 음악 전문가 5인이 분석한 르세리핌 인기 비결과 일본 내 위상 그리고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점 등이다.

 

◆김성환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

"현재 일본 메이저 음악 신에서 현재 K-팝 그룹으로 범 대중적 인기를 꾸준히 얻는 걸그룹들의 공통점은 일본인 멤버가 최소 한 명이상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 가운데 르세라핌은 2명의 일본인 멤버(사쿠라, 카즈하)가 있고, 그 중 사쿠라는 자국 내에서 HKT48과 AKB48, 아이즈원을 거치며 톱 아이돌의 위치를 차지했던 인물로서 데뷔 시점부터 확실한 기존의 일본 개인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해 이 팀의 대중성을 바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아이즈원과 프로듀스48로 이미 인지도를 얻었던 멤버가 3명(사쿠라-김채원-허윤진)이나 있었기에 데뷔 후 신인 멤버들(카즈하-홍은채) 역시 그 팬들이 자컨들을 보며 함께 빠져들고 지지를 쌓는 것이 쉬워졌다. 또한 일본인 멤버가 2명 이상 팀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일본의 대중적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자연스러운 유머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데 유리하며, 일본 내 각종 매체 광고 확보에도 유리했다.

이들의 기존 한국 앨범 타이틀곡들로 대표되는 세련되고 쿨한 퍼포먼스와 국제적 지향의 악곡도 일본 팬들이 좋아하지만, 동시에 일본 전용 발매 싱글을 통해 이마세(imase), 호시노 겐(Hoshino Gen), 아도(Ado) 등 현지 아티스트들의 참여곡들을 비사이드로 포함시키면서 최근 일본 전용 싱글 타이틀곡 까지 J-팝 팬들의 취향도 함께 공략하는 전략을 지속한 덕도 크다.

 

르세라핌은 어떤 의미에서 데뷔 이전, 그리고 데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걸그룹이었다. 데뷔 이전에는 데뷔 멤버들 개개인이 가진 서사(사쿠라의 일본 아이돌 경력-김채원의 아이즈원 경력-허윤진의 프로듀스48 경력과 긴 연습생 생활의 포기 후 다시 받은 기회-발레리나에서 케이팝 가수로 진로를 전환한 카즈하 등)가 팀을 주목하게 한 주 요인이었으며, 홍보도 그 방향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어찌보면 완전한 미데뷔 연습생들을 위주로 팀을 구성한 게 아니었기에, 이 팀의 이미지를 빨리 각인시키기 위해서 그룹 전담 퍼포먼스 디렉터까지 배치하면서 강렬한 퍼포먼스가 중심이 된 팀으로 디렉팅과 콘셉트가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데뷔 직후부터 따르던 악재들을 멤버들과 제작진은 '자신들이 잘하는 일, 잘해야 하는 일들에 충실히 노력하기'라는 뚝심으로 묵묵히 버텨나갔고, 올해의 월드 투어의 성공적 진행과 국제적 차트 순위의 상승, 최신 싱글 '스파게티'의 인기와 화제성, 과거에 비해 안정된 라이브 가창 등을 통해 하나씩 부족한 점을 극복해갔다. 결국 이 모든 서사들이 하나로 모여서 K-팝 아이돌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일본 시장에서 대중적 성공의 상징적 기준이 되는 도쿄돔 입성을 이뤄낼 수 있었다.

 


◆대중음악 평론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한대음 선정위원)

"일본 내에서 르세라핌은 사쿠라와 카즈하 두 명의 일본 멤버의 존재감을 통해 다른 K-팝 그룹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사쿠라는 AKB48의 멤버로서 이미 인지도가 있었고 아이즈원 활동을 통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더욱 큰 인기를 누리게 됐는데, 사쿠라의 존재감은 르세라핌을 일본에서 돋보이게 한 중요한 요소다. 르세라핌은 주체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만드는 가사와 레게톤, 아프로비츠 등 최신 글로벌 음악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음악을 통해 다른 K-팝 걸그룹과는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거기에 자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음악과는 상반된 보다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르세라핌은 일부 안티 팬들의 비난과 악플에 시달리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르세라핌은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비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꾸준히 활동하며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발전시켰고 일부 악성 루머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넓혀왔다. 최근 발매하여 큰 히트를 기록한 싱글 '스파게티'는 많은 어려움과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노력해 온 르세라핌의 성장 서사에 큰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곡으로, 이들의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성장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준환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르세라핌의 인기 비결과 현재 일본 내 위상, 다른 K팝 걸그룹과 차이점 먼저 '원피스'나 '에반게리온' 등의 애니메이션 IP를 콘셉트에 차용해 해당 문화에 익숙한 일본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일본인 멤버를 영입해 현지 시장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 또한 음악에서 '극복'의 키워드를 꾸준히 내세운 것도 크게 작용했다. 완성형을 추구하는 일반 K팝과는 달리 끊임없이 시련에 부딪히며 헤쳐 나가는 서사를 강조했고, 이는 노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일본 아이돌 시장의 선호도와 맞물려 그룹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확립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쿄돔에 입성한 르세라핌의 서사 르세라핌은 데뷔 후 발생한 음악 내외적인 논란 등 여러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고 나아가는 입체적 캐릭터를 가진 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지에서도 '꿈의 무대'라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높은 도쿄돔 공연 성사 소식은 르세라핌이 가진 성장 서사의 방점을 찍는 성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혜림 콘텐츠 기획사(한대음 선정위원)

"르세라핌은 '피어리스-안티프래자일(FEARLESS–ANTIFRAGILE)'로 이어지는 태도 중심의 정체성을 음악·퍼포먼스·서사 전반에 일관되게 구축하며 일본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얻었다. 사랑·청춘을 내세운 기존 걸그룹과 달리 주체성·육체성·자기확신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차별점이다. 데뷔 초의 어려움과 비판을 정면 돌파하며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온 과정은 도쿄돔 입성이라는 서사적 정점을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인기의 결과가 아니라, 무너짐을 견디고 성장으로 전환한 팀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르세라핌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과 이를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 출신 멤버들의 기존 팬덤이 이미 강력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점이다. 즉, 데뷔 전부터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룹명 뜻처럼 '두려움 없이 나아간다'는 강한 메시지와 세계관을 음악에 그대로 반영하며, 걸크러시한 정체성을 명확하게 구축한 점도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르세라핌은 하이브의 첫 걸그룹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힙합적 요소를 가미한 음악 스타일, 그리고 아티스트 브랜드를 음악에만 한정하지 않고 웹소설·웹툰 등으로 확장시키는 하이브의 전략 역시 그룹의 인기에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K-팝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역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숏폼 영상에서 신곡의 클라이맥스(사비) 부분만 먼저 접한 뒤, 그 영상이 확산되면서 전체 곡을 찾아 듣는 현상을 의미한다. 댄스 챌린지 영상과 함께 신곡의 인지도와 재생 수를 높이는 이러한 방식은 일본의 K-팝 팬 사이에서 이미 널리 퍼지고 있다. 르세라핌 역시 따라 하고 싶은 퍼포먼스의 대표적인 그룹으로 꼽히며, 댄스 챌린지와 사비 퍼포먼스 영상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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