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강에 서식합니다…" 다른 물고기 피 빨아 먹는 괴물 닮은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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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강에 서식합니다…" 다른 물고기 피 빨아 먹는 괴물 닮은 '생명체'

위키푸디 2025-11-22 12: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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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장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초겨울로 접어드는 강가는 투명하고, 자갈 밑에는 살아 있는 생명이 숨어 있다. 한때 낙동강 하류나 동해로 흐르는 하천에서 흔히 보이던 물고기지만,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국가의 보호를 받는 이 생명체는 바로 칠성장어다.

칠성장어는 현생 어류 중 가장 원시적인 무악어류로, 턱이 없다. 입은 흡반 모양이고, 머리 뒤쪽에는 일곱 쌍의 아가미 구멍이 늘어서 있다. 이 구조 때문에 ‘칠성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몸길이는 40~50cm 정도이며, 뱀장어처럼 길고 원통형이다. 등은 암청색, 배는 연한 색을 띠며, 지느러미는 가슴과 배에 없고 등 부분만 두 갈래로 나뉜다. 입안에는 각질성의 날카로운 이빨이 빽빽하게 나 있다.

수억 년 이어온 원시 어류의 생명력

칠성장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칠성장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칠성장어는 수억 년 전부터 거의 형태를 바꾸지 않고 지구 바다에 존재했다. 어류 진화의 가장 초기 형태를 간직한 종으로, 학자들은 이 어류를 통해 어류의 기원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희귀성 때문에 칠성장어는 생태계 보전의 상징으로 꼽힌다.

1960~70년대만 해도 강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종종 칠성장어를 잡아 식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하천 공사와 환경오염, 남획이 이어지면서 서식 환경이 급격히 파괴됐다. 지금은 낙동강 본류에서는 거의 사라졌고, 삼척 오십천이나 양양 남대천, 강릉 연곡천, 고성 명파천 등 일부 청정 수계에서만 드물게 발견된다.

칠성장어는 하천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류로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강에서 자라며, 성장 후에는 바다로 내려간다. 이후 다시 강으로 올라와 산란을 마치고 죽는다. 이런 일생의 구조는 연어와 유사하지만, 생태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 과정에서 칠성장어는 그 어떤 어류보다 원시적이고 독특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숙주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기생성 어류

칠성장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칠성장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칠성장어의 성체는 다른 어류와 달리 스스로 사냥하지 않는다. 바다로 나가면 다른 물고기의 몸에 흡반 형태의 입을 붙여 체액을 흡입한다. 숙주의 피부를 혀처럼 생긴 기관으로 긁어 상처를 낸 뒤 피와 체액을 빨아먹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숙주는 심한 상처를 입거나 폐사하기도 한다.

기생 생활은 약 2~3년 동안 지속된다. 칠성장어는 거머리처럼 들러붙은 상태로 이동하면서 체내의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한다. 이러한 생활을 마친 뒤에는 5~6월경 강으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 강물의 온도가 오르고 자갈이 깔린 바닥이 나타날 때를 기다렸다가, 수컷과 암컷이 한 번의 산란 후 생을 마친다. 이 시기 강가에서는 칠성장어의 알이 모래 틈에 남게 된다.

이 어종의 기생성은 생태계의 균형과도 연관된다. 칠성장어는 병든 물고기를 숙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바다의 개체군 조절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남획과 환경 변화로 숙주 어종이 줄어들면서 칠성장어의 생존율도 떨어졌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눈이 없고, 길이는 10~17cm 정도다. 강바닥의 진흙 속에서 약 4년간 살며 유기물과 부착조류를 걸러 먹는다. 이 시기에는 전혀 기생하지 않으며, 몸의 형태도 성체와 완전히 다르다. 가을과 겨울에 변태 과정을 거쳐 이듬해 봄 바다로 내려가면서 성체로 변한다. 

칠성장어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진흙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움직인다. 흡반의 강력한 흡착력 덕분에 바위나 암석에 달라붙어 폭포도 거슬러 오를 수 있다. 강한 근육 구조와 유연한 체형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생리적 특성 덕분에 칠성장어는 환경 변화에도 비교적 잘 적응하지만, 인간의 인위적 훼손에는 속수무책이다.

사라져가는 강의 생명, 보호가 시급한 어류

칠성장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칠성장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는 2005년 칠성장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했다. 이를 포획하거나 채취, 훼손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에서도 위기(EN)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는 한국 연안과 하천에서 칠성장어의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1960년대까지 사람들은 강에서 칠성장어를 잡아 식용으로 사용했다. 비타민A가 풍부해 야맹증 치료에 좋다고 여겨졌고, 『동의보감』에도 말려 구워 먹는 처방이 기록돼 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유럽에서도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으며, 중세 시대에는 왕실 음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런 수요는 남획으로 이어졌고, 결국 서식지 파괴와 함께 개체수 감소를 가속화했다.

 

 

 

현재 칠성장어는 일본, 러시아, 중국, 시베리아 헤이룽강 수계, 사할린,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하지만, 한국에서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관찰된다. 양양 남대천, 삼척 오십천, 강릉 연곡천, 고성 명파천 등지에서 간헐적으로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금강 하구둑에서도 일부 개체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으나, 과거에 비하면 그 수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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