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켤레 20만원 넘어도 살래요"…팍팍한 겨울 '털신의 습격'[사(Buy)는게뭔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한 켤레 20만원 넘어도 살래요"…팍팍한 겨울 '털신의 습격'[사(Buy)는게뭔지]

이데일리 2025-11-22 08:00:00 신고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사(Buy)는 게 뭔지:사는(Live) 게 팍팍할 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삽니다(Buy). 경제지 기자가 영수증 뒤에 숨겨진 우리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다이소 품절 대란부터 무신사 랭킹 1위까지. 도대체 남들은 뭘 사고, 왜 열광할까요? 물건의 스펙보다는 ‘그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장바구니를 보면 시대가 보이고, 결제 내역을 보면 내 마음이 보이니까요. 소비로 세상을 읽는 시간, <사(buy)는 게 뭔지> 입니다.

‘얼어붙은 경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영하권 추위가 예고되자마자 지갑은 가장 먼저 ‘발끝’을 향해 열렸다. 일명 ‘못난이 신발’로 불리는 어그(UGG) 부츠 이야기다. 단순한 겨울철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숫자가 가리키는 상승세가 매섭다. 경제지 기자가 소비 데이터 이면의 심리를 읽어주는 <사(buy)는 게 뭔지> , 첫 번째 주제는 불황형 소비 속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방한화 신드롬’이다.

무신사 신발 섹터 중 상위에 ‘어그’ 신발이 올랐다. (사진=무신사 홈페이지 캡쳐)


◇데이터로 입증된 ‘어그의 습격’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데이터는 현재 시장의 승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19일 기준, 전체 인기 상품 랭킹 10위권 내에 어그 제품만 4개가 진입했다. 카테고리를 신발로 좁히면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관심도 역시 폭발적이다. 최근 일주일(12~18일)간 ‘어그’ 검색량은 전년 동기대비 98% 증가하며 전체 검색어 순위 6위를 기록했다. 겨울 초입부터 ‘품절 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부츠 대신 ‘슬리퍼’… 500% 급증한 거래액의 비밀

올해 소비 트렌드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형태의 변화’다. 전통적인 롱부츠 대신, 신고 벗기 편한 ‘슬리퍼’나 ‘뮬(Mule)’ 형태가 시장을 장악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같은 기간 패딩/퍼 부츠 거래액이 155% 증가할 때, 패딩/퍼 슬리퍼 거래액은 무려 500%(6배)나 폭증했다. 특히 ‘타스만(Tasman)’이나 ‘타즈(Tazz)’ 같은 슬리퍼형 모델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맞물린다. ‘원마일웨어(집 근처 1마일 반경 내에서 입는 옷)’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격식보다는 실용성이 소비의 제1척도가 된 것이다. 1분 1초가 바쁜 출근길,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묶거나 부츠를 잡아당기는 수고조차 덜고 싶은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패션 유튜버 ‘호수’의 Ugg 타스만 스타일링 사진. (사진=무신사)


◇“남자가 신어도 힙하다”… 인플루언서가 깬 성벽

스타일링의 난이도를 낮춘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어그는 그동안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남성 소비층까지 급격히 흡수하고 있다. 무신사는 패션 유튜버 ‘해유(구독자 18만)’와 남성 인플루언서 ‘호수(구독자 23만)’와의 협업을 통해 스타일링 해법을 제시했다. 와이드 팬츠나 트레이닝복에 어그 슬리퍼를 매치하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룩이 2030 남성들에게 적중하면서, 관련 제품은 순식간에 인기 상품 1, 2위를 꿰찼다. “어떻게 신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진입 장벽을 콘텐츠로 허문 것이다.

◇팍팍한 ‘사는(Live)’ 현실, 확실한 위로를 ‘산다(Buy)’

경제학적으로 불황기에는 립스틱 같은 저가 사치품이 유행한다지만, 올해 겨울은 조금 다르다. 10만~20만 원대의 결코 적지않은 금액임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는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이중고 속에서 실패 없는 ‘확실한 따뜻함’에 투자하려는 심리로 해석된다. 외부의 경제 상황이 춥고 가혹할수록, 내 신체에 직접 닿는 물건만큼은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는(Live) 게 팍팍할 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산다(Buy). 올겨울 거리마다 넘쳐나는 뭉툭한 털신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차가운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현대인들의 가장 포근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