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존엄성이냐 핵심 파트너냐'…대안 낼것"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에 게재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파트너를 잃거나, (미국 종전안) 28개항을 받아들이거나 역대 최악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위험에 직면하거나의 양자택일에 놓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국익을 고려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파트너 국가들과 차분한 대화를 통해 건설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러시아 계획에 동의하라는 것은 이미 우리를 두 번이나 공격한 자(러시아)를 믿으라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국익을 희생하거나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엄청난 양보에 동의하도록 하려는 강한 압박으로 다음주는 매우 어렵겠지만, 우리의 평화와 존엄성, 자유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22일부터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뒤 발표한 4국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 사이의 현 전선을 모든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평화 계획'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을 러시아에 양도하고 병력을 60만명으로 감축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골자다.
영국·프랑스·독일과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이 같은 종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어떤 평화 합의도 유럽 파트너들의 승인 또는 동맹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최종적 해결의 기반…우크라, 거부시 계속 패배할것"
한편 리아노보스티,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 회의에서 "이 계획은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평화 구상에 대해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 전부터 논의해왔고, 28개항으로 이뤄진 이 문건은 회담 이후 업데이트된 버전"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한 종전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길 수 있다는 환상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키이우가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거부한다면, 키이우와 유럽의 선동가들은 쿠퍈스크에서 벌어진 일이 다른 전선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협상과 평화적 해결에 열려 있지만,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이 러시아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만큼 현 상황에도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연휴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목요일(27일)이 적절한 마감일(deadline)이라고 생각한다"며 날짜를 못박았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21일 로이터통신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평화 협상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무기·정보 지원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 유럽 정부 고위 관계자의 "다시 원점으로 왔다"는 평가를 인용하며 "올해 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잃게 된다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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