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고 철책과 지뢰 표식이 어른거리는 민통선(민간인통제선)은 안보상의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허가받은 극소수의 농민이나 연구자, 군인만이 드나들 수 있다.
민통선은 ‘돈이 깔린 땅’으로 불린다. 70여 년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토종꿀, 송이버섯, 약초 같은 귀한 자원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EBS ‘한국기행’이 이 특별한 땅을 취재해 토종꿀을 채밀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자연이 만든 가을의 천하일미
민통선에 들어서려면 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무 출입증을 제시하고 검문소를 지나야 하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또 다른 검문소가 나온다. 이후에는 부대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통선 안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산과 들, 맑은 물과 공기를 먹고 사는 토종벌이 꿀을 모으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4월에 설치한 벌통은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채워진다. 뚜껑을 열면 황금빛 꿀이 빼곡히 들어 있다. 오랜 시간 숙성된 토종꿀은 빛깔이 짙고 향이 깊다. 오염 하나 없는 민통선 안에서 모은 꿀은 농도가 진하고 쓴맛이 도드라진다.
이 지역 벌들은 북한까지 날아가 꽃가루를 모으기도 해 현지에서는 ‘남북통일 꿀’로 불린다. 일반 꿀보다 색이 어둡고 향이 강하며, 뒷맛이 오래 남는다. 민통선 바깥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식물이 많아 이곳 토종꿀만의 풍미가 있다.
자연이 길러낸 황금빛 꿀
토종꿀은 한국 토종벌이 직접 모은 천연 감미료다. 벌이 들꽃과 나무의 꽃에서 꿀을 채집하고 벌집 안에서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는 인공 설탕이나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산과 들에 자생하는 싸리, 마타리, 구절초, 아카시아꽃 등 수많은 식물의 향이 섞이면서 독특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점도가 높고 색이 어둡다.
벌이 한 해 동안 모은 꿀은 장마와 태풍을 견디며 만들어져 달콤함 속에 약간의 쓴맛이 느껴진다. 혀끝에 닿는 순간 묵직한 단맛이 퍼지고, 입안에는 들꽃의 진한 향이 남는다. 이는 정제당이나 합성 감미료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맛이다.
생산 효율은 떨어지지만 품질은 탁월하다. 토종벌은 병충해에 약해 관리가 까다롭지만, 그만큼 얻는 꿀의 가치가 크다. 비가 내리면 벌이 꿀을 먹어버리기 때문에 채밀 시기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토종꿀의 효능과 영양
토종꿀은 천연 당분의 조화로 흡수율이 높고 위에 부담이 적다. 포도당과 과당이 자연 비율로 구성돼 몸에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천연 효소와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 B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기력 보충에 좋다.
진한 색의 이유는 항산화 물질 때문이다. 토종꿀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들어 있어 체내 염증을 완화하고 면역을 돕는다. 벌이 여러 종류의 꽃에서 채집하기 때문에 꿀마다 향과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구절초, 싸리, 마타리 꽃꿀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아카시아꿀은 목을 부드럽게 한다.
민간에서는 예로부터 토종꿀을 ‘몸의 기운을 돋우는 보약’으로 여겼다. 감기 기운이 돌거나 입맛이 없을 때 꿀을 한 숟갈 먹으면 기운이 돌아온다고 했다. 인삼, 대추, 생강과 함께 섞어 마시면 흡수율이 높아지고, 위를 따뜻하게 해준다.
토종꿀 제대로 즐기는 법
토종꿀을 먹을 때는 온도가 중요하다. 효소가 40도 이상에서 파괴되므로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타서 마신다. 아침 공복에 따뜻한 물 한 컵에 꿀 한 스푼을 녹여 마시면 장이 부드럽게 작동한다. 피로하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꿀물 한 잔은 빠른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설탕 대신 꿀을 넣으면 단맛이 부드럽고 윤기가 난다. 고기 양념에 꿀을 섞으면 단백질의 잡내를 줄이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간장과 섞은 꿀 간장은 구이와 조림 요리에 잘 어울린다.
보관할 때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한다. 냉장 보관은 결정화를 일으켜 향이 약해질 수 있다. 꿀이 굳었다면 40도 이하의 따뜻한 물에 중탕해 원래의 상태로 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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