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교수 "수사·기소 일도양단 구분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뼈대로 한 여당의 '검찰개혁'으로 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수사기관 조서보다 법정 심리를 우선하는 형사재판 원칙)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학계 우려가 나왔다.
형사법학회·비교형사법학회·형사정책학회·형사소송법학회·피해자학회 등 국내 형사법 5개 학회는 21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수사부터 형사재판까지-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형사사법개혁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판중심주의를 충실히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판 이전 절차가 더욱 엄격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다"며 "검찰청의 공소청으로의 분리로 인해 공판검사가 담당 사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 상황이 실현된다면 공판중심주의의 기본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사와 기소는 그 자체로 분리가 일도양단처럼 확실히 구분되는 개념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며 "검사는 반드시 기소 여부만 결정하고 공소유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무조건 완전히 배제한다는 주장은 교조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검사의 신분보장이 헌법상 사항은 아니지만 검찰청법에 의해 법관에 준한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검사는 일반 행정공무원들과 다르게 국가의 사법기능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검사 징계 강화 방안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법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인간 존중'을 강조하면서 형사사법절차에서 당사자의 진술 기회 부여, 이의신청 기회 보장을 비롯한 참여 기회의 필수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모든 제도 개혁의 과정 역시 인간중심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개별 정책이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생략한 채 사회적 목표나 유용성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송주용 경상대 교수는 "개정된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이 폐지됨에 따라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 관련 형사소송법 조문(이의신청이 있는 때 경찰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는 내용) 자체가 함께 사라질 운명"이라며 "추후 검찰청을 대신하는 기관이 경찰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 일을 하는 정수경 변호사는 검찰개혁 세부 쟁점 중 하나인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수사권 조정으로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법률 전문가가 최종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권리를 남겨두는 것으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된다면 적절한 공소유지를 위한 풍성하고 철저한 수사, 종합적인 법률적 검토가 없는 불송치 결정의 남발, 수사와 지연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입법자들에게 묻고 싶다"며 검사에게 수사종결권을 다시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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