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상 제작 수월해지고 트럼프 재게시로 영향력 키워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우파 밈 제작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부터 그를 전쟁 영웅이나 록스타 등으로 묘사하는 이미지를 열심히 만들어 공유해왔다.
이런 '친 트럼프' 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트럼프 집권 2기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이미지와 영상 제작을 훨씬 쉽게 만들면서 밈의 영향력을 키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주변부에 머물던 밈 제작자들을 주류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은 느슨하게 조직된 우파 밈 제작자들이 AI로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20개 이상 재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왕처럼 왕관을 벗어 올리는 모습, 그가 전투기 조종사로 등장해 시위대에게 배설물로 보이는 물체를 투하하는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겼다.
때로는 조악한 이런 콘텐츠를 트럼프 대통령이 재게시해 밈을 단숨에 정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끌어올리고 기존 영향력 경로를 뒤흔들고 있다.
바스카 차크라보르티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글로벌비즈니스 학장은 "이 모든 일이 감시나 규제 없이 지하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다가, 트럼프가 이를 재게시하면 제작자나 네트워크가 즉각 신뢰성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NYT가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밈 제작자들의 온라인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십수개의 밈 그룹이 엑스(X·옛 트위터)와 게이머들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 디스코드에서 활동 중이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용자 수백명이 매일 AI 이미지와 영상 수천 건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그의 적들을 조롱해왔다.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거나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표현도 쓴다.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처럼 실감 나는 AI 영상을 쉽게 만드는 서비스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들의 콘텐츠는 더 활발하게 바이럴(입소문)을 탔다.
최근 밈 그룹들의 영향력 확대는 AI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 때문일 수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레이더에 안착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엑스 기반 밈 그룹 '그린 프로그 랩스'의 경우 구성원들은 엑스에서 합산 팔로워 30만명 이상을 보유했으며, 영상 조회수는 총 1억 회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이 되어 복수와 응징을 준비하는 모습 등을 AI 영상으로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을 겨냥해 인종·종교적 고정관념이 담긴 영상 수십 개를 제작했다.
그린 프로그 랩스를 조직한 기업가 그레그 스콧은 "우리는 최고의 밈 제작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불쾌해하거나 혐오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그저 웃기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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